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의 법적근거와 의제, 절차 등을 두고 정부와 국회, 원자력업계, 시민단체 등의 의견이 양분되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국민의당 탈원전대책 TF(위원장 손금주) 주최로 3일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한수원 노조측의 강력한 반발과 정부의 공론화위원회 입장 대변으로 이어지는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토론회를 주최한 손금주 의원은 “탈원전은 장기적인 시대의 흐름이지만, 정부의 ‘탈원전’ 일방통행은 국가의 미래를 생각할 때 바람직하지 않다”며 “특히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을 포함한 탈원전 문제는 법적 지위가 없는 공론화위원회가 아니라 국회에서 국민과 함께 논의해서 결정하는 것이 진정한 공론화”라고 밝혔다.
이날 토론회는 국민의당 주최로 열린 만큼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을 비롯해 김경진 의원, 김수민 의원, 신용현 의원, 이상돈 의원, 오세정 의원, 조배숙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박주선 비대위원장은 “문재인 정부의 원자력발전 관련 조치들의 큰 방향에는 동의하지만, 민주국가에서는 법적절차가 중요해 대통령이라도 이를 무시할 수 없다. 현재 진행되는 절차적 진행과정이나 정당성에는 쉽게 동의하기 어렵다”며 “우리나라가 탈원전의 역량을 갖췄는지, 현실적으로 한계는 없는 지 등을 충분히 논의한 후 절차에 맞게 국가의 에너지정책 대전환을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경진 국민의당 의원은 “정부는 에너지위원회와 원자력안전위원회라는 큰 두 축을 중심으로 정부와 사회 각 분야에서 추천하고 검증된 인사들이 전문적인 지식과 정보를 가지고 국가 에너지정책을 검토하게 된다”며 “사회 여론의 수렴도 중요하지만 공론화위원회가 출범하면서 법적·행정적인 국가시스템의 존재가 유명무실해지고, 국가가 가지는 지위와 시스템이 무시당함으로써 사회적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손금주 의원실은 이날 토론회에 대해 "현 정부의 일방통행식 '탈원전'행보는 국가의 미래를 생각할때 바람직하지 않다"며 "공정성과 전문성을 가지고 더욱 깊이 있게 국민의견 반영이 이뤄져야 한다"고 발표했다.
김병기 한수원 노조위원장은 “신고리 5·6호기는 제4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확정·반영됐고, 원자력안전위원회로부터 건설허가를 취득해 적법적인 절차에 따라 건설을 진행하고 있어 만일 공사 중단여부 결정이 필요하다면 전원개발촉진법 제5조 4항에 따라 산업부 장관이 결정하면 된다”며 “하지만 정부는 신고리 5·6호기는 공론화 대상이 아닌데도 공론화를 통해 하겠다고 일방적으로 선언함으로써 스스로 법으로 정한 절차를 어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황형준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정부가 공론화위원회를 거쳐서 신고리 5·6호기 건설의 중단 여부를 결정하기로 한 것은 이른바 절차주의적 법모델을 기초로 해 의사소통형 문제해결을 시도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공론화위원회 설치와 활동에 관한 법률적 근거가 불분명한데다 공론화위원회가 건설 중단을 권고해 정부가 에너지법 제4조 등을 근거로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중단할 경우 법적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김학도 산업부 에너지자원실장은 “고리1호기 영구정지는 에너지위원회에서 결정했지만, 신고리 5·6호기의 일시중단은 이보다 더 상위기관인 국무회의에서 결정한 사항이어서 문제가 없다”며 “과거 납북자 대책위원회도 일반 법률이 아닌 국무총리 훈령에 기초하고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공론화위원회도 총리 훈령을 통해 출범이 가능하다”고 반박했다.
그는 또 “공론화위원회의 영구중단 결정시 정부는 이에 대한 모든 행정적·재정적 책임을 이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는 “이번 공론화는 신고리 5·6호기를 계속 건설할 것인지에 대한 내용이 될 것이지만, 토론주제를 무리하게 신고리 5·6호기로 국한시킬 경우, 폭넓은 숙의과정을 해칠 위험성이 있다”며 “투표를 할 때는 신고리 5·6호기를 어떻게 할 것인지를 결정하면 되지만, 신고리 5·6호기 공론화가 정부의 에너지정책고 맞물려 있다는 점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공기업인 한수원과 원자력문화재단 등 공공분야 원자력 홍보는 공론화 기간동안 모두 중단돼야 한다”며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는 한수원이 선수로서 찬반의견을 개진한다면 이는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공론화가 진행된다”고 덧붙였다.
황형준 변호사도 “공론조사는 사회적으로 극심하게 충돌하는 가치에 대한 의견 수렴 내지 합의 방안 마련을 위한 것인데, 의제를 ‘탈핵 여부’ 내지 ‘원전 정책 추진 방향’으로 정하지않고, ‘신고리 5·6호기 공사중단 여부’로 좁힐 경우, 좁은 관점에서의 결정 또는 근시안적인 결정이 이뤄질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김병기 한수원 노조위원장은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이 아니라 탈원전을 주제로 공론화가 이뤄져야 하고, 이해당사자인 한수원 종사자와 지역주민, 환경단체, 학계, 국회 등이 참여해 논의해야 한다”며 “한수원은 공론화 과정에서 빠지라고 하는 것은 오히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공론화가 진행되는 꼴”이라고 반박했다.
김학도 산업부 실장도 “과거 핵폐기장 건설 과정에서 충분한 공론화가 이뤄지지 않아 시민단체들의 불만이 부안사태로 이어진 사례가 있듯이 한수원 노조가 공론화과정에 참여하는 게 맞다고 본다”며 “한수원도 사업자로서 의견을 피력할 수는 있다”고 밝혔다.
김 실장은 의제설정과 관련해서는 “탈원전 전반에 대한 논의가 이어질 수밖에 없겠지만,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으로 범위를 최소화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