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7일 발생한 송유관공사 고양저유소 폭발사고 원인이 외부 화염 유입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오히려 1차 원인은 탱크 내부에 있던 다량의 유증기일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김삼화 의원(바른미래당)이 송유관공사로부터 입수한 저유탱크 설계도에 따르면 저유탱크 내부에는 유증기가 새어나오지 못하도록 하는 플로팅 루프(움직이는 지붕)가 설치돼 있어서 외부에서 화염이 유입돼도 탱크 안에 유증기가 없었으면 폭발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알루미늄 재질의 플로팅 루프는 탱크 내부의 압력을 조절하는 설비로, 가장자리에는 고무재질의 우레탄폼으로 밀봉돼 유증기가 새어 나오지 못하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소량의 유증기가 새어 나와도 버드 스크린(일종의 환풍구)을 통해 외부로 유출함으로써 탱크 내부에는 유증기가 남아 있지 않게 된다.
때문에 탱크 내부로 화염이 유입돼도 폭발이 일어날 가능성은 아주 낮다.
실제 저유탱크 최초 설계도면에는 외부에서 발생한 화염을 막기 위한 인화방지망은 아예 표기돼 있지 않다. 외부에서 바람을 타고 들어올 수 있는 먼지와 쓰레기를 거르고, 내부 유증기를 밖으로 배출하는 버드스크린(환풍구)만 표기돼 있다.
그러나 경찰은 이번 폭발사고가 풍등이 잔디를 태우고, 그 불씨가 저유탱크 환기구를 통해 유입되면서 발생했다고 결론을 내린 상황.
물론 외부에서 발생한 화염을 막기 위해 환풍구에 설치했던 인화방지망 관리 허술도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배기구 같은 환풍기에 설치한 인화방지망이 제대로 관리됐다면 불씨 같은 불순물이 내부로 들어오지 않도록 막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또 현장에 설치된 에어폼(거품소화제)도 화재 발생 당시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휘발유에 불순물이 섞일 수 있어 에어폼을 수동으로 설정된 탓에 저유소에 불이 붙고 폭발하기까지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
안전 전문가인 이송규 전 대한기술사회 회장은 “플로팅 루프에 연결된 씰링 부분이 마모돼서 내부에 있는 유증기가 밖으로 배출돼 폭발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하지만 씰링의 이상 여부를 육안으로 검사하기는 굉장히 어려워 철저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삼화 의원도 “저유탱크 안에 있는 플로팅 루프 씰이 철저히 밀봉이 됐거나 인화방지망이 제대로 관리됐거나 에어폼이 제대로만 작동했어도 폭발사고가 일어나지 않았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정부와 송유관공사 등 유관기관은 제2,3의 저유소 폭발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설비관리와 점검을 철저히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