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공계 대신 다른 진로를 택한 이공계 장학생 가운데 최장 1200일이 넘도록 연구장려금을 반납하지 않는 등 장기미납 사례가 발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과기정통부는 뒤늦게 구체적인 환수절차를 검토하는 중이다.
26일 더불어민주당 정필모 국회의원(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 과기정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 연구장려금 지급 및 환수 결정 현황’에 따르면, 연간 수혜자는 10만 5,669명이고 지급액은 평균 5,598억 원에 달했다.
연구장려금 제도는 우수한 이공계 인력양성을 목적으로 이공계 학생들을 선발한 후 한국장학재단을 통해 장학금을 지급하는 국가과학기술 장학사업이다.
정부는 장학금 혜택만 받고 이공계 외 진로를 선택하는 것을 방지할 목적으로 지난 2011년 연구장려금 환수조항을 마련했다.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이공계 외 진로 변경으로 연구장려금 환수가 결정된 인원은 546명으로 나타났다. 연평균 109명이다.
사유별로 살펴보면, 이공계 외 분야로 전공을 변경한 경우는 5년간 111명이었다. 2019명 5명에서 2020년 13명, 2021년 33명, 2022년 51명으로 이공계 장학금을 받고도 재학 중에 다른 계열로 이탈하는 수가 매년 꾸준히 증가했다. 특히, 이들 전공변경자 중 의과대학 진학자 수는 절반에 달했다. 2018년 33.3%에서 2020년 51.5%, 2022년 52.9%로 그 비율이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이밖에 대학 졸업 후 이공계열 산학연에 종사하지 않아 환수가 결정된 사례는 5년간 435명이다.
전체 환수 대상자 가운데 90일 이내 상환약정을 하지 않는 장기미납자 수는 2019년 10명에서 20년 3명으로 줄었다가 2021년 9명, 2022년 25명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미납액은 모두 합해 2020년 6300만 원에서 지난해 2억 4400만 원으로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까지 연구장려금을 반납하지 않은 장기미납자는 모두 16명으로 1인당 미납액이 1100만 원, 평균 미납기간은 605일에 달했다. 최장 기간 미납자는 2020년 3월 환수가 결정된 후 올해 9월 현재까지 1200일이 넘도록 연구장려금을 반납하지 않고 있다. 해당 미납액은 2600여만 원으로 가장 많았다.
지난 2011년 6월 이공계지원법 개정으로 연구장려금 환수조항(국세 체납처분의 예에 따라 징수)이 신설됐지만, 과기정통부는 환수를 안내하는 것 외에 장기미납자를 대상으로 적극적인 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 과기정통부는 그동안 장기미납자가 발생할 것을 예상하지 못했고, 강제환수 방법에 대한 관계부처 협의가 완료되지 않았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과기정통부는 연말까지 관련 절차를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정필모 의원은 “이공계 지원 장학금을 받고도 의대 등 다른 진로를 선택하는 것은 정작 지원이 필요한 이공계 학생들의 기회를 뺏는 것이다. 형평성에 어긋나므로 이 같은 일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과기정통부는 이공계 지원 장학금을 ‘먹튀’한 사람에게 충분히 강제징수를 할 수 있음에도 장기미납을 방치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철저히 환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