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연구원(원장 김현제)은 25일 ‘합리적인 에너지믹스 구축과 에너지안보’를 주제로 연례정책세미나를 개최했다.
에너지경제연구원 김현제 원장은 개회사에서 “지금 우리는 기후변화 대응과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노력해야 하며 급변하는 국제 정세에도 에너지 분야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에너지 안보와 합리적 에너지 믹스는 더 이상 반가할 수 없는 과제로 떠오르고 있으며 이에 대한 우리의 전략적 접근 방식을 시급히 모색해야 하는 시기”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는 합리적 에너지믹스 정책과 SMR 사업, 에너지안보 등 에너지정책 현안에 대해 각계 전문가들이 참석해 종합적 토론회를 가졌다.
특히 소형원자로(SMR)는 대표적 무탄소 에너지원으로,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석탄발전을 대체할 에너지원으로 각광받고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미국, 유럽 등의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SMR 시장 선점을 위한 기술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 박우영 전력정책연구본부장은 ‘탄소중립 달성과 SMR의 역할’ 주제 발표를 통해 “SMR을 빠르게 상용화하기 위해서는 관련 기술을 조기에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 이를 위해 기술 개발 활성화를 위한 지원제도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박우영 본부장은 “관련 기술 고도화를 통해 사업 리스크를 감소시켜 민간차원의 투자를 유도하는 것이 상당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SMR 실현에 가장 가까이 다가서고 있는 미국은 청정에너지로 SMR을 규정하고 정부차원의 지원 확대가 이뤄지고 있다. IRA를 통해 기존, 신규원전에 세액공제, 연구개발 지원 등을 시행하고 있다. 여기에 원자력 기술을 개발하는 국가에 SMR 등 첨단 원자력 기술역량 구축 지원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박 본부장은 SMR의 성공적인 상용화를 위해 기술개발 지원제도 마련, SMR 인허가 요건에 대한 개발자와 규제기관의 공동개발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연속, 반복 생산을 통한 제작 및 건설비용 절감을 위해 프로젝트 기반의 사업구조를 제품기반의 사업구조로 전환해 경제성 확보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외에도 박 본부장은 수소제조, 열 공급 등 SMR의 활용처가 다양하지만 이에 대한 안전규제가 미비하기 때문에 조속한 마련이 필요하며 민간사업자 관점에서 다양한 방폐물의 합리적 관리 및 방폐물 관리 정책의 효과성 개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박 본부장은 “SMR은 가변성 재생에너지의 변동성을 보완하고 무탄소 전원으로서의 가치가 높기 때문에 반드시 성공적 안착이 이뤄져야 한다”며 “민간에서도 SMR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정부의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우라늄 시장, 러시아 비중 높아…원자력 시장재편 대비해야
이어 진행된 제1세션 토론회에서는 우라늄 시장에서 러시아의 비중이 높으며 러-우 전쟁으로 인해 러시아가 시장에서 퇴출되는 상황에 대한 대비도 필요하다는 의견도 개진됐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임채영 원자력진흥전략본부장은 “러시아는 현재 고순도 저농축 우라늄을 상업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유일한 나라이기 때문에 러시아가 국제시장에서 배제될 경우 SMR기술 개발에 영향을 미칠수 있다”며 “고순도 저농축 우라늄을 연료로 사용하는 비경수형 SMR의 경우 핵연료 농축도를 낮추거나 사용화 시점을 늦추는 등의 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각 전문가들은 SMR 사업의 성공을 위해 경제성·안전성 확보, 시장혁신 등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두산에너빌리티 이희범 상무는 대형원전보다 건설기간을 단축할 수 있는 제작기술 확보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또한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사업모델을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이희범 상무는 “SMR 기자재의 제작기간을 혁신적으로 단축할 수 있다면 전세계 SMR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고 강조하면서 “경제성 확보를 위해 미리 원자로 모듈을 제작해 놓고 판매하는 방향에 대해서도 내부적으로 검토가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 노동석 원전소통지원센터장은 “SMR은 수출용이라는 개념을 버리고 국내 구축에 대한 고민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또한 대량 생산이 가능할 정도의 시장을 구축해 경제성 확보에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혁신형 SMR 기술개발사업단 최광식 사업운영실장은 “혁신형 SMR 성공의 첫 번째 조건은 안전한 원자로를 개발하는 것”이라며 “안전성을 확보해 SMR에 대한 국민 수용성 확보 전략이 반드시 도출돼야 한다”고 밝혔다.
제2세션에서는 “에너지 안보와 공급망 강화전략”을 주제로 김진수 한양대학교 자원환경공학과 교수가 전력 안보와 공급망을 중심으로 한국의 현황과 강화 방안에 대해 발표했다.
김진수 교수는 미래에는 전력 안보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으며, 에너지·공급망 안보 확립에 있어서 전력 안보도 함께 고려하는 통합적인 접근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김 교수는 한국의 에너지 안보를 진단하면서 안정적 공급 측면에서는 비축 등을 통해 대응하고 있으나, 가격 변동성에 대한 대응 능력과 환경 및 경제의 지속가능성 부문에서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의 에너지·공급망 강화를 위해서는 정확한 진단·평가 체계를 구축하고 이를 통한 취약점을 분석하여 빈틈없는 위기대응 전략 수립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발표 내용을 기반으로 에너지 안보 확립을 위한 다양한 측면에서의 대응 방안을 제시됐다.
과거 에너지 안보 정책은 해외자원개발과 도입선 다변화 같은 해외 부문 중심이었음. 그러나, 해외 부문은 우리가 정책적으로 조절할 수 없는 외생변수가 많으므로, 대체연료를 생산하거나, 수요를 저감하거나 에너지 믹스를 조정하는 등 정책적으로 조절가능한 국내 부문의 정책을 강화해야 함.
에너지 안보에 있어서 가격과 공급 중 무엇이 더 중요한지 고민 필요, 높은 가격에는 대처할 수 있으나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 위기가 더 심각해질 수 있음.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더라도 석유 수요는 여전히 높을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안정적 공급을 위한 석유 안보에도 만전을 기해야 함.
중단없는 공급을 위해 일관성있는 해외자원개발 추진 필요함. 또한, 꾸준한 안정적인 해외자원개발을 위해서는 정부의 제도적인 지원이 필요함.
우리나라 여건에 걸맞게 에너지 안보 확립이 필요함. 에너지 안보 정책에 있어서 정치적 이슈를 최대한 배제하고 꾸준히 모니터링하면서 정부와 민간이 협력하여 공급망을 강화해야 함.
한편 이날 행사에는 방기열 전 원장, 박주헌 전 원장이 참석했고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에너지경제연구원 개원 축하 영상메시지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