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태양광 발전설비 에너지 저장 시스템(ESS)에 대해 가동 중지 권고를 하고, 안전 점검을 실시하는 가운데 안전 점검을 받은 ESS에서 불이 나 ESS 관리 체계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특히 이번에 화재가 난 ESS는 제품 제조사가 가동 중단을 요청했으나 사업자가 거부한 것으로 드러나는 등 안전 불감증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2일 오후 5시 30분쯤 강원 삼척시 근덕면의 한 태양광 발전설비 ESS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이 났다.
이 화재로 리튬이온 배터리 272개와 건물 90㎡가 타 18억 원(소방서 추산)의 재산 피해를 냈다. 불이 난 사업장은 정부의 ESS 화재 대책에 따라 이달 민간설치 업체로부터 안전진단을 받은 시설로 취재 결과 확인됐다. 특히 이번 ESS 화재는 사업자가 위험 경고를 묵살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 측에 따르면 제품 제조사인 LG화학 측이 지난 9월 해당 제품의 배터리가 침수돼 가동에 적절하지 않다는 점을 정밀 안전진단 과정에서 지적하고 사업자에게 가동 중단을 2차례 요청했다. 그러나 사업자 측은 “문제(화재)가 발생하면 내가 책임진다”며 ESS를 사용할 수 있도록 원상복구를 해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LG화학 측은 사업자의 요구에 따라 이를 원상복구한 뒤 사업자에게 사고 책임을 질 것을 고지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가 문제가 있는 사업장에 대해 가동중단 권고 조치 등 미온책에 그치면서 사고를 방치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ESS 보급은 문재인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에 따라 급속히 확대되고 있지만, 화재 원인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리튬이온 배터리가 특성상 전소해, 흔적조차 남지 않기에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도 발화 원인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가기술표준원 관계자는 “(원인 규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산업부가 집계한 올해 상반기 국내 ESS 설치량은 1.8GWh로 지난해 같은 기간(89MWh)의 20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일반 화재와 달리 ESS 화재는 진화가 어렵다는 것도 문제다. 삼척소방서 관계자는 “리튬이온 특성상 물과 닿으면 발열하거나 폭발할 위험이 있어 진화가 어렵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