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수명 만료를 앞둔 노후 원자력발전소 고리 2호기가 원인 불명의 설비 손상으로 멈춰선 지 1주일이 흘렀다. 윤석열 정권이 수명연장을 공언해 온 바로 그 원전이, 정비를 마친 지 사흘 만에 고장으로 멈춰선 것이다.
만에 하나 윤석열 정권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담보로 답정너식 수명연장을 강행한다면 결코 좌시할 수 없다. 원안위는 그 어느 때보다 철저하고 투명하게 이번 사건을 조사하고, 엄정하게 수명연장 심사에 임해야 할 것이다.
노후 원전의 수명은 안전성과 경제성이라는 두 조건을 철저히 충족할 때만 연장해야 마땅하다. 그 조건들을 과학적으로, 차분하게 검증하는 것이 수명연장 심사의 핵심이다. 수명연장은 이 조건들이 충족될 때 나타나는 결과이지 그 자체가 목표일 수 없다. 결과를 정해두고 나머지를 끼워 맞추는 것은 과학이 아니다.
그런데 윤석열 정권의 행보는 국민을 불안하게 한다. 윤 정권은 노후 원전의 수명연장을 국정과제로 설정하고, 이를 경제도 산업도 에너지도 아닌‘상식과 공정’이라는 국정목표에 욱여넣었다. 원전 수명을 연장하면 공정하고, 연장하지 않으면 불공정한가. 참으로 얄팍하고 해괴한 궤변이다.
노후 원전은 안전성과 경제성이 충분하면 가동하고, 불충분하면 멈추면 된다. 신규 원전은 반드시 필요하면 짓고 다른 대안이 충분하면 안 지어도 그만이다. 안전과 실용의 문제에 이념을 덧칠하는 윤 정권의 행태야말로 몰상식과 불공정의 전형이다.
윤 정권은 지금이라도 탈핵은 불의요 탈탈핵은 정의라는 미신에서 벗어나기 바란다. 원안위도 그 어떤 정치적 고려 없이, 국민 안전만을 바라보고 엄정한 심사에 임할 것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