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양훈 전력산업연구회 회장(인천대 교수)이 좌장을 맡은 본 세미나에서 박주헌 동덕여대 교수가 '새정부의 에너지정책 방향'이란 제목으로 주제발표를 했으며 이어지는 패널토론에서 박종배 건국대 교수, 박진표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심성희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조성봉 숭실대 교수, 조홍종 단국대 교수 등이 새정부의 에너지정책 방향 및 보완 과제에 대해 논의했다.
전력산업연구회(대표 손양훈)는 18일 '새정부의 에너지정책 방향 및 과제: 시장, 요금, 그리고 공급안보'란 주제로 밀레니엄 힐튼호텔에서 세미나를 개최했다.
박주헌 동덕여대 교수는 주제발표를 통해 새정부의 에너지정책이 지향해야 할 5대 원칙을 제시했다. 새정부 에너지정책 방향에 대한 설명에 앞서 박주헌 교수는 문재인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이 탈원전과 재생에너지에 몰빵한 비현실적 정책이었으며 지나친 전기요금 억제와 같은 반시장적 정책으로 한전의 부채가 급증했다고 문정부의 에너지정책을 비판했다. 박주헌 교수는 실현 가능한 탄소중립, 시장기반 수요 효율화, 신성장 동력으로서 에너지산업 육성, 튼튼한 자원안보, 따뜻한 에너지전환 등을 새정부 에너지정책의 5대 원칙으로 제시했다.
우선, 실현 가능한 탄소중립을 위해 원전비중 확대, 재생에너지 비중의 현실화 등 에너지믹스를 합리적으로 재정립하여 전기요금 인상요인을 억제하며 화석에너지를 질서 있게 감축한다.
둘째로, 전력시장과 전기요금에 대한 규제 거버넌스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강화하고, 경쟁과 시장원칙에 기반한 전력시장을 구축하며, 원가주의에 입각한 전기요금 결정 원칙을 확립하는 등 시장원칙에 기반한 에너지 시장구조를 확립한다.
셋째로, 원전의 수출산업화 및 원전 생태계의 활력을 제고하고, 원자력 등 에너지협력 외교를 강화하며, 차세대 원전기술과 이에 연계된 산업경쟁력을 제고하며, 재생에너지의 안정적 공급을 도모하고 태양광 및 풍력산업을 고도화하는 한편 고효율·저소비형의 에너지구조를 실현하고 수소 등 에너지 신산업의 육성을 확대하는 등 신성장동력으로서 에너지산업의 경쟁력을 높인다.
넷째로,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나타나고 있는 에너지자원을 둘러싼 엄중한 위기 국면에 주목하여 에너지공급망을 강화하고 새로운 자원안보체계를 구축한다.
다섯째로, 에너지바우처 지원대상을 확대하고 에너지 취약계층을 돕는 다양한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이에 대한 지원방안을 마련하는 등 에너지 취약계층 보호방안을 확충하는 한편, 전력수급 상황 및 전력계통 운영을 신중하게 고려하여 석탄 및 LNG발전에 대한 감축을 보상원칙에 입각하여 합리적으로 유도함으로써 에너지전환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부담을 특정 계층 혹은 산업이 불평등하게 감당하지 않는 따뜻한 에너지전환이 돼야 한다.
이어진 패널토론에서 조홍종 교수(단국대)는 “신정부의 에너지 정책의 최우선 과제는 에너지 안보를 철저히 확립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홍종 교수는 우선 글로벌 탄소중립을 통한 에너지전환으로 인해 초인플레이션 시대로 접어들고 있음을 강조했다. 더블 그린플레이션, 공급망 교란, 중국의 디플레이션 수출 마감, 코로나 보복 소비 등으로 인해 에너지 가격 인플레이션을 시작으로 부동산, 식량에 이르기까지 모든 재화의 가격이 폭등할 것으로 경고했다.
지난 NDC 상향과 탄소중립 수립 과정은 이러한 국제 정세 변화에 대한 고려 없이 친환경에 경도된 정책 결정이었다고 비판했다. 다음으로 신정부의 에너지정책은 변화된 국제 정세를 반영하여‘전력의 안정적 공급과 에너지 안보’가 최우선 과제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하여 현실적인 에너지믹스 조정, 에너지 공급망 확보가 필수 국정 아젠다’로 설정된 것은 매우 바람직한 정책 방향으로 평가했다. 또한‘에너지 신산업 육성을 통한 경제성장률 제고’와 ‘시장원칙 확립이라는 수단을 중심으로 에너지시장 선진화’를 추구하는 국정 운영을 일관되게 추진하여 한국경제 규모와 수준에 맞는 에너지 시장구조를 확립해야 함을 강조했다.
두 번째 패널토론에 나선 심성희 선임연구위원은 새정부의 에너지정책 방향으로 “가격과 시장경쟁에 기반한 에너지 수요관리 우선의 원칙과 에너지정책에 대한 국민수용성 확보”를 강조했다. 심성희 선임연구위원은 NDC 및 탄소중립 목표 달성의 실현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선 가능한 모든 탈탄소 옵션을 고려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특히 탄소중립 이행과정에서의 전기화를 고려할 때 2030년 전력수요가 NDC 시나리오 전망치를 상회할 가능성이 크므로 에너지 수요관리 및 효율향상 우선 원칙하에 수요증가를 최대한 억제한 후 가용한 모든 탈탄소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음으로 에너지 인프라에 대한 수용성 악화가 주요 장애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으므로 수용성 제고를 위해 사업진행 전 단계에 걸쳐 중앙정부, 지자체, 사업자, 지역주민간 충분한 소통이 이루어져야 하고 명확한 기준과 절차를 확립해 투명성과 예측가능성을 높여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에너지수요 효율화를 위해 가격기능의 정상화, 시장경쟁을 활용한 융복합 에너지서비스의 활성화, 데이터에 기반한 행태변화 유도의 필요성을 제시했다. 다만, 그 과정에서 에너지 취약계층에 대한 복지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에너지복지 지원이 병행되어야 함을 지적했다.
세 번째 패널토론을 맡은 박종배 교수는 새정부의 에너지정책 방향에 대해“구체적인 실행계획 마련과 철저한 이행 점검, 도매전력시장 인프라와 제도의 획기적 개선, 전력공급 안정성을 독립적으로 점검하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다 구체적으로 에너지부문의 국정과제에 대하여 구체적인 연도별 실행계획의 마련과 체계적 이행 점검이 필요한데 과거 에너지기본계획, 전력수급기본계획 등에서 제시되었던 제도개선이 제대로 구현되지 못한 것은 이행 점검의 미흡에 기인하였기 때문임을 지적했다. 다음으로 우리나라 도매전력시장(CBP)이 지난 20년동안 진화가 없었다고 운을 뗀 후 그 폐해로 가격(SMP)이 왜곡되어 적정한 위치에 적정한 자원을 유인하고 퇴출하는데 실패하였음을 지적했다. 그 한 예로 제주에서는 공급과잉 시간에도 높은 SMP로 신재생발전을 유인하고 있으며 보조서비스 시장의 부재로 전력 신기술이 시장으로 진입할 수 없다는 점, 지역적 가격신호가 제공되지 않는다는 점, 실시간시장 부재로 가격이 왜곡되고 수요반응 유인에 한계가 있다는 점, 가격입찰 부재로 실제비용을 제대로 반영할 수 없다는 점 등 전력시장의 광범위한 문제점을 조목조목 설명했다. 박교수는 이와 같은 문제점에 대응하기 위해서 시장운영시스템의 개선과 같은 제도와 인프라의 보완이 필수적임을 강조하며 이번 기회를 놓치면 앞으로 10년동안 동일한 문제가 반복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마지막으로 전기위원회가 전기요금의 독립적 결정과 소비자 보호, 도매시장 개선방향 제시와 이행 점검, 정부계획의 전력공급 안정성 확보 여부에 대한 기술적 검토 등 확대된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주장하였고 이를 위해 조직, 재원, 전문 인력의 확보가 절실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네 번째 패널토론에 나선 조성봉 교수는 새정부의 에너지정책 방향으로 “에너지 부문에서 시장원칙과 가격 메커니즘을 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장 먼저 조성봉 교수는 실현가능한 탄소중립 정책을 위해 입증되지 않은 기술적 전제에 입각한 목표설정을 지양하고 올바른 에너지가격 시그널을 통해 정직하고 실천적인 탄소중립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우리나라의 에너지 다소비형 제조업 중심 산업구조를 개편하기 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다음으로 전기요금에 대한 규제 거버넌스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물가안정에 관한 법률’ 및 ‘전기사업법’ 개정을 통한 전기위원회의 실질적인 독립방안을 마련해야 하며 전기요금 인가절차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지역간 차등요금을 도입하고 천연가스 도매요금에서의 용도별 교차보조를 해소해야 하며 열요금 규제방식을 바꿔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설명하였다. 또한 경쟁과 시장원칙에 기반한 전력시장을 구축하기 위해 현재의 CBP시장을 가격입찰 방식으로 전환하고 당사자간 장기계약과 PPA를 자유화하며 보조서비스 시장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발전사업자간 발전설비의 거래를 허용하고 천연가스 도입 및 유통에 대한 규제를 완화해서 전력산업의 공급여건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새정부가 해결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에너지 부문의 당면 과제는 동해안-신가평 HDVC 송전선로와 사용후 핵연료 저장설비 등의 입지문제 해결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입지문제 해결을 위해 지역별 차등요금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패널토론에 나선 박진표 변호사는 새로운 전력생태계 구축을 위한 전기사업법 개정방향을 제시했다. 박진표 변호사는 현 전기사업법 체제가 발전-송전-배전-판매라는 구식 전력공급 방식에 묶여 있다고 비판하며, 수직적 공급체계가 해체되고 에너지와 데이터 자본이 결합하는 플랫폼화 방향으로 전력생태계가 변화하는 것에 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에너지+IT’ 융복합형 비즈니스가 가능하도록 포지티브(positive) 방식에서 네거티브(negative) 방식으로 전기사업법 체제를 바꿀 것을 주문하였다. 한편 전력수급기본계획의 예측력이 낮고 탄소중립 시나리오에 따른 전원믹스의 변동성이 높은 상태에서 정부가 특정 목표에 집착하는 경우 계획실패의 리스크가 크다는 점을 지적하며, 수급계획의 전원믹스는 정부 목표로 재정의하고 전원설비의 선택은 사업자들의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전력거래가격 안정화뿐만 아니라 탄소중립의 원활한 이행 측면에서 쌍무계약(bilateral contract) 중심의 계약시장 도입이 긴요하다고 주장하며, LNG 발전소에 대한 안정적 보상을 위해 전력구매계약(PPA) 체결을 통한 장기계약 거래방식을 도입할 것을 요구했다. 끝으로 전력시장을 경직성과 변동성 대응이 가능하도록 재설계함으로써 재생에너지와 원전, 화력발전 모두 전력계통 운영 측면에서 공정하게 대우하고 균등한 의무를 부과하여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