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출범과 더불어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그러나 급격히 늘어나는 시설을 모두 수용하기에는 가장 먼저 전력계통의 수용한계와 투지 비를 지적하고 싶다.
신·재생에너지가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가격이 저렴해야 한다. 아무리 신·재생가능에너지, 청정에너지로 치장하더라도 경제성이 없다면 누구에게도 환영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재생가능에너지의 생산 비용을 최대한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재생가능에너지의 이용에 따른 새로운 전력망 구축이나 인프라 정비 사업을 얼마나 적은 자금으로, 얼마나 간단하게 상용화할 수 있는가가 중요하다. 이 같은 관점에서 '스마트 그리드'보다 진보된 '디지털 그리드(Digital Grid)'라는 개념을 도입해야 한다.
일본 도쿄대 아베 리키야 교수(도쿄대 공학계연구과 기술경영전략학 특임교수)가 주장하는 방식이기도 한데, 먼저 최근 무한한 에너지원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는 태양광발전 등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신·재생가능에너지를 효과적으로 이용하기 위해서는 극복해야할 몇 가지 문제가 있는데, 태양광이나 풍력에서 나오는 신·재생에너지는 기후나 기상에 따라 출력 변동이 크고 제어가 어렵다는 특징이 있다. 기존의 전력망은 이 같은 재생가능에너지의 대량 도입을 상정하지 않고 설계되어 있는데 이것이 현시점에서 가장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전력망을 흐르는 전기는 주파수를 가지는데, 이 주파수가 정상치에서 벗어나게 되면 전력망을 연결하고 있는 송·배전 및 발전기 간에 큰 문제가 일어날 수 있다. 전력공급에 비해 전력수요가 많거나, 전력수요에 비해 전력공급이 많아지면 주파수에 변화가 생겨 송전 자체가 멈출 위험성이 있다.
따라서 정상 주파수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언제나 전력망 안에 일정 전력을 흘려보낼 필요가 있는데, 지금까지는 전력회사가 이 주파수의 변동을 사전에 감지해 화력발전소 등의 출력을 조절해왔다. 그러나 문제는 출력변동이 큰 신·재생가능에너지가 무한정 대량으로 유입될 경우 이를 기존의 시스템으로는 감당하기 어렵다는데 있다.
이 같은 전력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목을 끌고 있는 것이 종래의 전력망에 정보통신기술을 융합시킨 차세대 전력망 '스마트 그리드'시스템이다.
'스마트 그리드'란 전력회사의 통합제어 센터와 발전소, 송전탑, 가전제품 등을 연결해 실시간으로 정보를 교환하는 개념으로, 최적의 시간에 전력을 주고받음으로써 가장 효율적인 전력 생산과 소비를 가능하게 하는 시스템이다. 또한, 이 스마트 그리드를 이용하면 기존 전력의 10%까지 절약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세계가 현재 매진하는 기술이기도 하다.
그러나 에너지전환(탈 원전, 탈 화력발전)을 목표로 움직인다면 대규모 신·재생가능에너지의 이용이 불가피한데 과연 대량으로 유입되는 신·재생에너지의 변동 폭을 이 시스템이 흡수할 수 있겠는가? 스마트 그리드로는 이를 제대로 감당해내지 못할 것이며, 바로 그 대책이 “디지털 그리드”다. 디지털 그리드 전력망을 소규모로 나눠 각 소규모 전력망(이를 '셀'이라 칭함)의 독립성을 확보하고, 각 소규모 전력망에 라우터(Router)와 ESS를 설치하고 이 사이를 전력이 자유롭게 이동하게 한다는 개념이다.
이 디지털 그리드 시스템을 활용하게 되면 전력의 주파수 변동도 억제함과 동시에 전력 변동이 큰 신·재생에너지를 기존의 전력망에 쉽게 연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인터넷 망을 연결해주는 라우터와 같이 전력이 필요한 곳으로 향하게 방향을 설정해주는 ‘전력제어라우터’라는 새로운 기술도 필요하지만, 이를 잘 활용 한다면 무한한 에너지원인 신·재생가능에너지를 기존의 전력망을 이용해 마음껏, 싸게 이용하는 것이 가능하다.
또한 디지털그리드를 통해, 전력망을 흐르는 전기에 언제, 어디서, 누가 발전한 것인지를 알 수 있는 인식 정보를 부여할 수 있다. 자신이 쓰는 전력이 신·재생가능에너지인지 화력발전소에서 발전시킨 에너지인지 알 수 있고, 이에 따라 가격을 지불하는 것도 선택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스마트 그리드, 마이크로그리드, 프로슈머에 이어 이제는 블록체인을 통한 소셜에너지 즉 바로 이웃에 전력을 사고파는 시대가 왔다.
그동안 전력계통은 신·재생에너지의 대량 도입을 예측하지 않고 전력망이 설계되어 있다. 그러나 최근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신·재생에너지 때문에 154kV 변전소나 송전계통이 한계에 와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그리드'의 도입이 적극 검토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