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개최된 제 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국제사회가 2040년까지 모든 신차의 무공해차 전환을 선언함에 따라 전기차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한국이 근미래의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글로벌 에너지 정보분석기업 S&P 글로벌 플래츠(S&P Global Platts, 이하 플래츠)는 “한국이 선진적인 기술력과 지속적인 투자에 힘입어 향후 3~4년간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선점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구권 시장의 전기차 붐으로 인해 미국과 유럽 업체들이 배터리 경쟁에 뛰어들고 있지만, 궤도에 오르기까지 그 수혜를 현재 주도권을 쥐고 있는 한국이 받을 것이라는 예측이다.
밝은 전망은 이미 수치가 뒷받침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세계 배터리 시장 점유율은 44.1%로 1위를 차지했으며 배터리 수출 규모도 5년간 꾸준히 상승해 지난해 역대 최고 수출 실적인 약 75억 달러(약 8조 8200억원)를 기록했다. 전기차용 배터리로는 올해 1~5월 기준 점유율이 3분의 1(33.5%) 수준으로 국내 배터리 3사의 배터리 사용량이 전년 동기 대비 모두 2배 이상 성장했다. 특히 올해 상반기(1~5월)에는 미국 내 전기차 보급 증가 등으로 인해 대미국 수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00% 가까이 늘면서 앞으로 미국 시장에서의 성장도 예견됐다.
이에 따라 국내 배터리 업계는 정부와의 협력 하에 2030년까지 연구개발(R&D)과 생산설비 등에 약 40조 6000억원을 투자해 배터리 경쟁력 강화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전략을 밝혔다. 선두 업체인 LG 에너지솔루션은 차세대 배터리 기술 개발, 스마트 팩토리 구현 등을 위해 10년간 국내에만 15조 1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SK이노베이션은 2025년까지 총 18조원을 투입하여 현재 40GWh 수준인 배터리 생산 규모를 2030년까지 500GWh 이상으로 대폭 늘리고, 삼성 SDI는 2030년까지 7~8조원의 투자를 바탕으로 차세대 전기차용 배터리로 주목받는 ‘전고체 배터리’ 개발을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
한편, 최근 테슬라 등 전기차 생산업체가 배터리 시장에서 한국과 각축을 벌이고 있는 중국의 주력 제품인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채택할 것을 밝히면서 한국의 입지가 흔들릴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플래츠의 배터리 메탈 벤치마크 가격 책정 책임자 스콧 얄함은 “세계 최대 전기차 배터리 생산업체로 급부상한 중국 CATL사의 약진에도 불구하고, LFP 배터리는 부피나 주행 거리 등에서 아직 서구권의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고 대부분 중국 업체들이 내수 시장에 집중하고 있어 배터리 기술과 성능이 이미 세계에서 신뢰를 받고 있는 한국이 여전히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한국 전기차 배터리의 소재가 대부분 수입에 의존한다는 점은 위기 요인이다. 현재 전기차 시장에서 가장 많이 탑재되는 배터리는 국내 업체들이 주로 생산하는 리튬이온 전지로, 리튬, 코발트, 니켈 등의 핵심 원료가 확보되어야 한다. 한국은 이들 원료 수급에 있어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은 수준으로, 원료 가격 변동에 취약한 상황이다.
플래츠는 “중국, 유럽, 미국의 제조사들이 배터리 시장에 공격적으로 진입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이 끝까지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핵심 소재 공급망 안정화, 차세대 배터리 기술력 개발 등 수입 원자재 의존도를 낮추려는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현재 한국 배터리 업체들이 시도하고 있는 재활용 배터리도 폐배터리 발생을 최소화시키는 이점에 따라 환경 보호에 대한 관심과 맞물려 세계 시장에서 한국의 입지를 더욱 강화하는 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