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세계 대부분의 국가에서 설치되는 태양광 제품의 주류는 중국산 모듈이 차지하고 있다. 국내 태양광제조 분야에서도 폴리실리콘과 웨이퍼 등 소재분야에서는 이미 산업생태계가 무너져 경쟁력을 상실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가운데서도 태양광 밸류체인상 최종 제품인 모듈 분야에서는 국내시장에서 국내 기업들이 활발하게 활동하며 중국산으로부터 시장을 보호하고 있으며, 시장점유율이 78.4%(2019년 기준, 산업통상자원부 발표)를 차지할 정도로 우위를 점하고 있다.
국내기업들은 중국제품과의 힘겨운 단가경쟁 가운데서도 끊임없는 기술개발과 일관된 품질관리, 신뢰성 있는 A/S 및 우수한 유지관리 노하우 등으로 국내 발전사업자들로부터 꾸준히 선택받으며 시장을 지켜나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태양광업계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 몇 년째 반복해서 일어나고 있다. 그것은 야당 의원 및 일부 언론을 통해 잊을만하면 이슈화되곤 하는 중국산 제품의 국내 시장잠식 문제와 태양광 모듈에 대한 원산지 논쟁이다. 이들은 국내 모듈 전문기업들이 생산한 모듈은 중국산 셀이 그 소재로 사용되고 있기에 국산제품으로 볼 수 없고, 이 때문에 정부가 발표한 국산품 점유율도 맞지 않으며, 이를 근거로 국내에 태양광이 보급될수록 중국기업들만 이익이라는 얘기를 반복하고 있다.
이 문제의 핵심은 모듈의 원산지를 어디로 볼 것이냐인데, 제품의 원산지 판정 관련해서는 국내에 대외무역법 및 대외무역 관리규정이라는 법과 제도가 마련되어 있다. 따라서 당연히 해당 법과 제도에 근거해서 판단하면 될 문제이다. 해당 규정에서 내수용 태양광 모듈의 원산지는 셀 생산지 기준이 아닌 부가가치 기준으로 적용함을 명시하고 있으며, 내수용 태양광 모듈의 경우 원산지 표시 의무는 없으나, 표시할 경우 중국산 셀을 사용한 모듈의 경우는 [제조국: 한국, 셀: 중국]으로 표시해야 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또 다른 논란거리인 점유율 통계 관련해서는, 이제까지 정부에서 발표한 국내시장 태양광 모듈 점유율 통계는 모듈의 최종 제조국 기준으로 발표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원산지 판정 기준이 내수용과 수출용이 상이하며, 수출용의 경우도 대상 국가별로 그 기준이 제각각이기 때문에 일관된 통계 작성을 위해 최종 제조국 기준으로 작성하고 있다고 산업부가 이미 해명하였다.
원산지 문제를 제기하는 측은 모듈 제조과정에서 셀이 차지하는 원가비율이 50% 이상이기 때문에 국산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하지만, 모듈 제조과정에서 셀이 차지하는 원가비율도 최근에는 기술개발에 의해 35% 정도까지 낮아졌다. 모듈제조공정 역시 과거에는 제조된 셀을 변형 없이 그대로 모듈제조에 사용했으나, 현재는 셀을 절단하거나 중첩하면서 전기의 이동통로를 촘촘하게 만들어주는 후공정작업을 통해 태양전지의 변환효율 한계를 극복하는 고부가 산업으로 진화했다.
셀과 모듈 각 공정별 부가가치를 보면 그 차이가 더 명확해진다. 올해 1월 기준 단결정 태양광 셀 가격은 Wp당 8~11센트이며, 모듈 가격은 Wp당 22~25센트를 형성했다. 하지만 공정별 Wp당 순수부가가치는 셀이 1센트 내외인 반면 모듈은 5센트 수준으로 무려 5배가량 차이가 난다.
이렇듯 태양광 모듈 분야는 기술의 진보가 빨리 이뤄지고 있으며, 모듈의 출력을 어떻게 하면 더 높일 수 있느냐로 집중되어감에 따라 우리 기업들이 중국기업과 경쟁해 볼 수 있는 분야로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모듈 분야를 강조한다고 해서 상대적으로 셀 분야가 중요하지 않다거나, 기술개발을 소홀히 해도 된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론적 발전한계에 거의 도달한 실리콘 태양전지보다 발전효율이 높은 차세대 태양전지 위주로 연구개발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태양광발전에서 전기를 생산하는 핵심 부품이 셀이라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 현재 실리콘계 태양전지의 주도권은 비록 중국기업에게 넘어갔다 할지라도 차세대 태양광으로 상용화에 가장 근접하다고 평가받는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분야에서는 울산과학기술원(UNIST), 한국화학연구원, 성균관대, KAIST 등 한국의 연구진이 세계를 선도하고 있다.
만약 국내 연구진에 의해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의 상용화가 가능해진다면 현 실리콘 기반 태양광 시장의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을 것이며, 우리 연구진의 앞선 기술력과 국내 기업들의 협업을 통해 차세대 태양광 시장을 우리 기업들이 선도해나가는 것도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따라서 태양전지에 관한 연구 역시 같은 무게로 지속하여야 함은 당연하다.
현 정부는 재생에너지 3020정책을 시작으로, 재생에너지 경쟁력 강화, 한국판그린 뉴딜, 탄소 중립 선언 등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오고 있으며, 국내 재생에너지 보급의 핵심적 역할을 태양광발전이 담당하고 있다. 이러한 와중에 계속해서 제기되는 태양광 모듈 원산지 논란은 현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에 대한 야당의 정치적인 논리에서 비롯된 것으로 오인될 소지가 충분하다.
정부 정책이 잘못됐을 때 야당이나 언론의 정당한 이의제기는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중국과의 힘겨운 경쟁 가운데서도 국내 태양광산업의 자활을 위해 애쓰는 우리 기업들의 노력에 계속해서 찬물을 끼얹는 행위는 중단되어야 한다.
2019년 기준 반도체의 핵심소재인 반도체용 웨이퍼는 일부 국산 제품이 쓰이고는 있지만, 일본, 독일, 미국 등에서 주로 수입되고 있으며, 이중 일본제품의 비율이 무려 50%가량 차지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만약 야당이나 일부 언론의 논리대로라면 국내 반도체기업들이 국내에서 제조·판매하는 반도체가 ‘일본산’인 것인지 되묻고 싶다.
세계 각국은 자국의 제조업 경쟁력향상 및 고용 창출을 위해 해외에 나가 있는 제조시설을 자국으로 되돌리려는 리쇼어링 움직임이 일고 있다. 미국 행정부 일각에서는 자국 기업의 공장 리쇼어링에 따른 이전비용을 정부가 보조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기도 했고, 일본의 경우 리쇼어링 기금까지 조성했으며,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도 오프쇼어링의 한계에 대해 지적하며 리쇼어링을 통해 유럽연합의 산업주도권을 회복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렇듯 세계 각국은 자국의 경쟁력 있는 산업육성 및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는 상황인데 우리나라의 경우엔 언론과 국회가 나서서 자국의 경쟁력 있는 산업의 사기를 저하시키는 일을 벌이고 있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태양광산업은 기후위기 시대를 맞아 에너지전환과 탄소 중립을 위한 핵심 수단이자 다가올 재생에너지 시대의 가장 보편적인 에너지원으로 그 중요성이 증대되고 있다. 또한, 태양광발전의 지속적인 단가하락으로 세계 각지에서 태양광발전이 타 발전원 대비 경제성 측면에서도 우위에 있음이 증명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미국에너지부(DOE) 산하 연구기관인 NREL(National Renewable Energy Laboratory)에서 미국의 장기 태양광 보급에 대한 연구자료(Solar Futures Study)가 공개되었다. 해당 자료에 의하면, 2035년까지 태양광에 의한 미국 전력기여도는 3%에서 40%로 확대 가능하며, 이는 태양광 설치용량이 1,600GW에 이를 것이라는 의미이다. 더욱이, 운송·난방 및 산업 부분의 전기화 감안 시 미국의 태양광발전용량은 2050년까지 3,000GW까지 급증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정부의 탄소 중립 시나리오 달성을 위해서는 2050년까지 약 400GW 이상의 태양광이 보급돼야 할 정도로 전 세계에서 태양광 시장의 잠재력은 날로 커지고 있다.
이렇게 사회·경제적 측면에서나 에너지 안보 면에서 그 중요성이 증가하고 있는 태양광발전 분야에서, 국내 기업들이 꾸준히 내수시장 점유율을 유지하며 고용과 부가가치를 지속적으로 창출하고 있는 분야는 모듈 분야이다. 태양광산업을 국가전략산업으로 지정하여 국내 기업들이 세계시장에서 마음껏 경쟁할 수 있도록 분위기 조성 및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시점인 것이다. 그런데 중국기업과의 치열한 경쟁 가운데 고군분투하는 국내 태양광업계를 지원하지는 못할망정 국회와 언론이 나서서 불필요한 원산지 논란 등으로 업계를 위축시키고 있는 형국이다.
현재 시장의 주류를 형성하고 있는 실리콘 태양광 분야에서, 우리 기업들이 경쟁력을 가진 모듈 분야에 대한 긍정적인 관심과 적극적 지원이 더욱 필요한 시점이다. <제공 한국태양광산업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