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석연료에 의존하는 경제는 한계에 도달했다.”(우르줄라 폰데어 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 유럽이 처음으로 기후 대책인 ‘탄소 국경세’ 도입의 청사진을 내놓은 가운데 조바이든 행정부도 25년 탄소 국경세 도입을 밝혀 세계 시장이 저탄소 수출산업으로 전환이 되어 수출로 먹고사는 기업들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2021년 7월 EU 집행위원회가 2030년까지 EU 평균 탄소 배출량을 1990년의 55% 수준까지 줄인다는‘핏포 55’입법안을 선언했다. 이 입법안에는‘탄소 국경세’에 관련한 내용도 비중 있게 실려 국내의 경우 1.9% 관세가 추과 부과되는 것과 같은 수준이다. 철강 분야에서만 수조원의 관세를 부담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로써 국내도 더 이상 탄소 국경세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되었으며, 이제는 탄소 국경세에 대한 대안 마련이 시급한 시점이다.
탄소 국경세에 대한 대응으로 글로벌 대기업들의 RE100(재생에너지 100%) 선언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대기업뿐만이 아니라 자사에 연관된 소재, 부품, 제품 등을 납부하는 벤더사들에게도 RE100을 요구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영국 런던의‘더 클라이밋 그룹’이 자발적인 캠페인으로 시작한 RE100은 21년 9월 기준, 총 333개 기업들이 RE100을 선언했지만 그중 국내 참여 기업은 8개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에 정부는 국내 기업들의 RE100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해외 기업의 산업구조에 맞춰 있던 기존 RE100 제도 개선을 위한 노력해왔으며, 국내 산업구조의 특징인 높은 제조업 비중과 많은 전력 사용량을 고려하여 K-RE100 제도를 도입해 기업들의 RE100 참여율을 높이기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RE100은 참여 기업에게 크게 두 가지의 이점을 줄 수 있다. 첫 번째로는, ESG 경영을 통해 친환경 기업 이미지를 얻을 수 있어 기업의 사회적 책임 실현이 가능하고, B2C 마케팅에 크게 도움이 될 수 있다. 예시로 미국의 버드와이저라는 맥주 회사는 자사의 맥주병에 ‘ 100% 재생에너지 전력 구매’라는 라벨을 붙였는데, 연료비 절감과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아 발생하는 환경비용이 없고, 소비자의 긍정적인 호응을 얻었다. 두 번째로는, RE100을 통해 향후 친환경 공정 및 제품에 대한 기술력을 확보한다면 글로벌 우위를 점할 수 있어 사업적 측면의 기회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이런 이점에도 불구하고 실제 국내 참여 기업은 8개에 불과한 실정이다. RE100에 기업들이 참여가 저조한 주된 요인은 무엇일까? 다양한 요인이 있지만 크게 △국내 시장구조, △지원방안 부족을 들 수 있다.
국내 전력 시장은 재생에너지를 기업이 직접 구매할 수 없는 독점적인 시장구조를 가지고 있다. 즉, 한전이 중개자이자 가격 결정자 역할을 수행하고 있기 때문에 전력 수요자와 전력 공급자 간의 유연하고 능동적인 협상이 불가능한 구조이다. 그뿐만이 아니라, 망 이용료, 망 운용료, 한전 중개 수수료 등의 유통단계가 추가되어 전기 요금이 상승해 RE100에 참여하는 기업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또한, 국내에 RE100 초기 이행 비용을 지원할 법률이나 금융, 보험 등 지원방안이 부족한 현실이다. 실제로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재생에너지 사용에 있어 정부의 인센티브 부족을 주된 장애 요인으로 꼽았다. 해외에서는 이런 장애 요인을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RE100 참여 기업에게 세액 감면 제도를 지원하고 있고, 독일은 전기 요금에 재생에너지 부과금 항목을 포함하여 기업의 부담을 줄여주고 있다.
RE100의 독점적인 시장구조와 재생에너지 전기 비용의 개선 방안으로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고착화된 전력 시장구조를 단기에 바꾸는건 쉽지 않다. 단기적으로는 기업의 재생에너지 사용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온실가스 배출분과 연계하여 감축분을 인정해 주는 등의 유인책이 필요하다. 차후, 재생에너지 공급자와 소비자가 직접 거래할 수 있도록 전력 시장구조를 바꾸는 장기적이고 적극적인 정책도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RE100이 국내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때까지 초기 이행 비용을 지원할 인센티브, 전력 시장 개편 같은 인프라 구축, 세제 혜택 등 지원방안이 필요하다. 이러한 지원에 힘입어 기업들의 참여가 증가한다면 규모의 확대에 따라 재생에너지의 생산비가 절약돼 수익이 향상된다면 재생에너지에 대한 수요 증가로 이어질 것이며, 이는 자연스럽게 결과적으로 기업의 부담은 갈수록 경감될 것이다.
에너지 전환이 향후 국가 경쟁력을 결정 짓는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아 가는 만큼, 2050 탄소 중립을 위한 세계 각국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유럽과 미국이 탄소 국경세의 도입을 준비하는 등 세계 산업과 경제의 패러다임 전환이 빨라짐에 따라 RE100 제도 정비를 통해 기후 위기에 대응해 세계 산업의 경쟁을 선도하는 대한민국이 되기를 기대한다. <제공 : 한국태양광산업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