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문제 제기
자율주행기술이란 자동차의 운행을 컴퓨터 시스템에 의해 제어하는 기술을 말한다. 완전한 자율주행에 도달하기 전의 말하자면 레벨 2나 레벨 3의 자율주행 시스템에서 운전자에 의한 운행제어와 컴퓨터 시스템에 의한 운행제어가 병존하고 있지만 이 단계에서도 자동차는 컴퓨터에 차륜을 부착한 기계와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인식에서 자율주행기술을 채용한 자동차의 사고에 대한 법률적 문제는 어떻게 처리해야 할 것인가? 이 경우 자동차 사고의 원인을 분석하고 사고와의 인과관계를 규명하는 것은 용이할 것인가의 문제가 제기된다. 자동차를 소프트웨어 (프로그램) 혹은 정보의 결합물로 볼 경우 이 문제의 해결은 상당히 복잡해 질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자동차의 소프트웨어화와 네트워크화는 모든 차종에 동일한 것은 아니기에 차량탑재기기가 다른 자동차의 차량탑재기기나 도로 인프라와의 사이에 통신을 통해 운행을 제어하는 V2V 혹은 V2I 기술이 실용화되기까지는 당분간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그 이유는 차량탑재기기의 통신속도가 5G 시대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직접 운행을 제어하는 것이 아니라 차량무선인터넷서비스(telematics)를 통해 정보를 제공하거나 소프트웨어를 인터넷에 접속하는 것은 이미 시행되고 있다. 따라서 자동차의 네트워크화가 발생시킬 수 있는 법적과제를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운행제어 소프트웨어화는 자동차의 안전성에 대한 관념을 순간 전환시킬 가능성이 있다. 현재는 자동차의 안전성을 시험할 경우 사고에 관련된 탑승자의 안전이 어느 정도 보호될 것인가를 검증하고 있지만 소프트웨어화의 관점에서는 사고를 어느 정도로 확실하게 회피할 수 있었는지가 검증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러한 지적을 수용한다고 해도 이것이 법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설명하는 것도 쉽지만은 않다. 일정한 경우 사고를 회피할 수 없는 시스템의 자동차는 제조물의 결함에 해당한다고 보고 제조물책임의 적용 여부가 관건이 되기도 하지만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자배법) 3조에서 말하는‘자동차에 구조상의 결함 또는 기능상의 장해가 없었을 것’이라는 해석을 통해 공동운행자가가 책임을 부담하는 경우를 보다 확대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기술진보에 대해 이런 상황이 발전적인지 아니면 혁신적인 것인지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는 경우도 있지만 기술진보가 혁신적인 경우 법적 환경도 함께 혁신적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제기할 수 있다.
Ⅱ. 정보처리의 한계와 오류
정보 보안에 관한 일반적인 판단은 정보의 기밀성(confidentiality), 완전성 (integrity), 가용성 (availability)이라는 세 가지 요소로 구별된다. 정보의 기실성이란 접근권이 인정된 자에게만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것을 말하며, 완전성이란 정보가 정확하면서 완전하게 보호되고 있는 것을 말하고 마지막으로 가용성이란 승인된 자가 필요한 때에 정보에 접근하고 그 정보를 이용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이들 세 요소의 구별은 상대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자동차의 자율주행시스템에 대해서도 일단 이 구별에 따라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1. 예상하지 않는 작동부전 - 정보의 가용성
우선, 자율주행시스템이 예상대로 작동하지 않고 사고를 회피할 수 없는 경우를 상정해 보자. 전형적으로는 소프트웨어에 오류가 있어 인식해야 할 위험을 인식하지 못한 경우이다. 이는 정보처리가 적절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정보의 가용성의 문제라 할 수 있다.
이 경우에 제조물책임을 추급할 가능성에 대해서 검토해 보면 소프트웨어는 유체물이 아니라는 점에서 제조물책임법 제1조에서 말하는‘제조물’에 해당되지 않는다. 그러나 소프트웨어가 내장된 동산은 제조물이며 그 제조물의 내장된 소프트웨어의 오류가 결함에 해당될 경우 소프트웨어는 손해배상의 객체가 될 수 있다는 것이 다수의 해석이다.
특히 소프트웨어에 어떤 오류가 있다면 이를 내장한 구성품의 결함이 바로 긍정되지는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오류가 없는 완벽한 소프트웨어를 구현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며, 한편에서는 소프트웨어는 본질적으로 위험한 제품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제조물책임법의 해석으로서는 이는 오류의 수준이 어느 정도를 넘을 경우 이를‘통상 갖추어야 할 안전성’을 결여한 것으로 볼 것인가라는 부분에서도 충돌할 수 있다.
소프트웨어의 오류는 구성품의‘설계상의 결함’에 해당되어 위험을 회피하기 위한 대체적인 설계를 강구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기준에서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또 제조업자는 업계에서 표준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테스트를 거쳐 이상을 발견할 수 없었던 제조과정을 항변으로 주장할 수도 있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어느 정도까지 특수한 사태를 상정해서 사고의 회피를 확보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이 모호한 경우도 있다. 예를 들면 방해전파(jamming)의 발신에 대해서 센서가 오작동하지 않도록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나올 수 있다. 일반적으로 제조물의‘결함’은 안전성에 관한 사회통념을 참고로 해서 판단되고 있으나 사용자를 포함한 다양한 이해관계자 사이에서 상호간의 이해의 폭을 넓힐 필요가 있다.
책임의 주체로는 제조업자등(제조물책임법 제2조3항)을 들고 있으며 수입자동차일 경우 수입업자도 포함된다. 또 결함 있는 제조물이 완성품의 부품으로 조립될 경우에는 각각의 제조업자의 책임이 중첩적으로 성립한다. 법원의 판례도 제조업자가 제조물을 공급한 후 그 제조물이 다른 재화와 부합하거나 독립적인 동산이 아니어도 제조물책임은 성립한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자율주행시스템에 내장된 소프트웨어는 어떠한 구성품에 조합된 자동차에 탑재된 것으로 판단되는 경우에는 구성품의 제조업자와 자동차의 제조업자 쌍방이 소프트웨어 오류로 인해 발생한 사고에 대해 제조물책임을 부담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