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8년 6월 취임한 황찬익 한국지역난방공사(이하 한난) 상임감사는 지난 해 연임되면서 3년차를 맞고 있다.
그가 한난 감사로 오자마자 백석역 열배관 파열사고가 발생하면서 '안전' 문제로 회사는 위기에 봉착돼 있었다. 당시 백석역 배관파열 사고는 사회적으로도 큰 이슈가 됐고 당시 한난 입장에서도 30년 이상된 배관사고였다는 점에서 인재보다는 안전관리에 구멍이 뚫렸다고 평가를 내렸다.
황 감사는 현장에서 문제를 찾아야 한다는 단순한 진리를 실천하기로 하고 현장 근무자들과 긴밀한 대화를 시작했다. 그 곳에서 한 직원이 내 놓은 아이디어가 당시 한난의 안전관리 지침서가 됐고 이 공로로 그 직원은 회사에서 포상까지 내렸다. 현장 직원의 꼼꼼한 지적이 위기의 한난을 구해내는 역할을 한 것이다.
2018년 일산 백석역 열배관 파열사고가 났을 때 그가 어떻게 대처방안을 만들었는지를 알면 황 상임감사에 대한 궁금증이 풀릴 것 같다.
그는 사고 당시 현장에 굳이 가지 않았다고 한다. 괜히 상임감사가 현장에 가서 오히려 현장직원들을 불편하게 할 것 같아서였단다. 그의 깊은 속을 알 수 있다.
대신 그는 사고 이후 지사 직원들을 불러 모아 차분하게 사고원인과 해법을 논의했다고 한다. 얼마 후 한 직원이 16장 분량의 장문의 편지를 그에게 보내왔다고 한다.
현장의 문제가 무엇인지, 구구절절히 편지속에 기록했다는 것. 황창화 한난 사장과 이 편지를 놓고 깊이 의논한 끝에 내린 결론은 몇 개가 있는데 그게 지금도 유효하다는 것이다.
특히 한난 운영시스템을 바꾼 것 중 하나가 노후 배관에 필요한 재료들을 지사에 배치하는 문제다.
이전까지는 본사에서 총괄 관리하다보니 일일이 필요한 양을 주문하고 그러다보면 정작 중요한 골든타임을 놓치게 된다는 것이다. 백석역 사고도 만약 지사에 배관재료가 있었다면 바로 교체했을 것이고 백삭역 사고와 같은 대형 사고를 미연에 막을 수 있었을 것이란 얘기다.
답은 현장에 있었다. 소통의 힘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황 상임감사는 잘 보여주고 있다.
유연한 소통의 힘이 권위적인 전문가 상임감사를 압도하는 현장이다.
■"감사도 따뜻한 정(情)을 담아야 한다...빛과 소금"
그는 이동을 도와주는 운전직 직원이 퇴근 시간이 되면 정시에 퇴근시키는 것으로 유명하다. 퇴근 시간 이후에는 반드시 사비로 이동한다. 한난 역대 상임감사중 처음이다.
그가 한난 상임감사로 취임할 때 야당에서는 코드 인사라며 비아냥거렸다. 특히 황 감사의 경우 불교계 인맥으로 알려진 탓에 전문성이 없는 인사라는 것이 야당의 주장이었다.
그런 그가 역대 한난 상감 중 직원들의 신망을 가장 많이 받는 인사가 됐다. 때문에 지난 해 연임이 됐고 이제 그의 역할이 빛과 소금이 되는 것을 한난 직원들도 인정하고 있다.
사실 황 감사에 대해 궁금한 것도 많지만 그를 잘 알기에 더 할 말이 없기도 하다.
1986년 동국대 총학생회장을 역임했던 그가 졸업 후 갈 곳이 왜 없었겠는가. 민주화가 한창 진행되던 그 당시 정치권에서는 황 감사를 제일 먼저 영입하려 했다.
그러나 그는 불교개혁을 위해 불교계에 자진 투신했다. 동국대가 불교종립대학이다보니 불교의 시대적 아픔과 다가올 시대의 지표로서 불교가 갖고 있는 잠재력을 알았던 터다.
황찬익 상임감사는 따뜻한 사람이다.
불교계에서는 조계종 총무원 노조를 이끌었고 힘 없는 직원들을 도닥거리며 위로했다. 본인 스스로 업무 외에 수행과 공부를 병행하며 책도 여러권 저술했다.
그는 수백억원(일각에서는 천억원이 넘는다고 한다)이 넘는 불교예산을 집행하고 관리하는 조계종 총무원 기획실, 문화관광부-국회정치권 등과 연계한 종무업무를 담당하는 문화부 등에서 주로 일을 했다.
회계관리, 사업관리 업무에 관해서는 한난보다 훨씬 큰 조직에서 이미 경험을 쌓아온 그다.
그를 단지 불교계에서 일을 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폄하하고 비전문가라고 폄하하는 정치권 인사들이 오히려 모르는 게 너무 많은 사람들이라 할 수 있다.
사람을 죽이는 잔인한 권모술수와 뭐가 다른가. 이러한 내막을 잘 모르는 일반인들은 그런가보다 할 수 있다. 사실은 그렇지 않은데도.
종계종 홍보담당을 할 때는 일간지 기자들과 종교계 개혁, 사회정의를 얘기했고 어떻게 하면 그런 것들이 언론에 반영될까 고민한 것으로 안다. 기자도 당시 불교계를 출입하고 있었으니까.
그는 항상 조용하게 일을 했다. 성품 자체가 그렇다.
그런 그가 2018년 6월 한난 상임감사로 내정됐을 때 사회는 너무도 그를 몰이해하려 했다.
보수 야당과 보수언론은 그를 코드인사로 낙인찍었고 그런 흐름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혹시라도 그가 다른 언론에 나왔을까 검색을 해보니 우려한대로 좋은 얘기는 없고 여전히 야당인 국민의힘 의원 일부가 그를 낮춰 보려 애썼고 그것을 앵무새처럼 받아 적은 기사 몇 개가 떠다닌다. 3년이 지난 2021년 6월 현재에도 말이다.
상임감사의 역할은 기술적 지식을 요하는 자리는 아니다. 그럼에도 보수야당은 그를 전문적이지 않다고 내친다. 그럼 바꿔놓고 한난 상임감사는 열역학을 공부한 엔지니어 출신이어야만 한다는 말인가. 참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궁색한 요구다.
공기업 상임감사는 기업의 회계, 업무 등을 총괄적으로 보고 기업이 부정없이 잘 하고 있는지 평가하고 감시하는 자리다.
황 상임감사는 감사평가를 받는 와중에 야학하며 회계자격증 까지 취득한 사람이다.
그는 지난 3년을 돌아보며 “첫해는 감사와 집단에너지라는 두가지 생소한 분야에 적응하기 위해 나름 전문성을 갖추고 직원과 협력업체 등과 소통하려 노력했고 두 번째 해에는 짧은 재임 기간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고 가시적으로 성과를 낼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찾아보려고 노력했던 기간이었다”고 회고했다.
■"가시적 성과로 능력을 발휘하다"...『경영제언 관리 툴』 마련
첫 임기 2년 동안 그는 징계 결과에 대한 투명한 공지, 외감법 개정에 따른 전문인력 확보 및 내부통제 절차 강화, 나주SRF발전소 손상차손 결정, 한난 전국 지사 방문 및 하급 직원과 협력업체 직원 간담회 실시, 감사실 직원 공부동아리 참여 및 회계자격증 취득 등을 기억에 남는 일이라며 웃었다.
황 상임감사는 적자운영으로 인한 사체발행 확대와 부채율 상승이 한난의 가장 큰 리스크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2017년 준공 후 주민민원으로 3년째 미가동 중인 나주SRF 발전소 문제 때문이었다.
한난 경영진은 2018년~2019년 적자운영이라는 경영리스크와 함께 초유의 코로나19 사태까지 맞으며 과거 어느때보다 위기에 직면했다.
상임감사로서 이 상황을 그냥 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그는 “회계부서, 내부통제부서, 감사실의 중첩된 기능은 무엇인가 확인하고 이사회나 감사위원회 등 의사결정기구에서 제기된 경영상 제언들이 묻혀버리지 않도록 ‘경영제언 관리틀’을 만들자고 제안했다”고 추억했다.
이사회에서 나온 제안들에 일일이 번호를 부여하고 다음 이사회에서 일일이 확인하자는 것이다.
이 시스템은 공공기관 이사들의 자세와 발언에 책임성을 부여하는 계기가 됐고 경영진에게는 이사회에 대한 긴장감을 갖도록 하는 효과적 장치가 됐다. 한마디로 감사업무 대박이 난 것이다. 현재 많은 공기업들이 이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청렴도 제고가 남은 임기 과제..뼈를 깎는 각오로 임하겠다"
그는 최근 몇 년간 하위권에 머물던 권익위 기관 청렴도 평가를 잘 받게 된 것을 늘 떠올린다고 한다.
그는 “한난 내부의 사무직 대 기술직, 간부직원 대 90년대생으로 표현하는 신입직원 간 조직이나 사회를 바라보는 입장의 간극을 메우고 협력업체들로부터 존경받는 한난 이미지를 견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남은 임기 동안 반드시 기관 청렴도가 높아질 수 있도록 뼈를 깎는 노력을 경주하겠다”고 말했다.
그가 3년 동안 파악한 한난은 전세계 최대규모 집단에너지 회사다. 규모가 최대라는 게 아니고 단일 회사로 최대라는 것이다.
좋은 일도 많이 한다. 공기업이니까.
잘만 활용하면 전세계 모범기업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그는 확신한다. 기후변화협약에도 매우 효과적인 공기업이다.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에너지절약과 국민편익 증진에 충분히 상응할 수 있는 조직이라고 그는 파악하고 있는 것 같다.
황 상임감사는 “코로나19라는 초유의 상황을 이겨내며 애자일(agile) 감사 기법을 도입해서 감사계획을 수시로 변경하며 유연하게 대응한 점, 감사인과 피감사인이 나란히 앉아 감사를 진행하는 동행감사 도입 등 피감인의 입장을 배려했던 점, 부족한 감사인력 보완차원에서 임금피크에 들어간 감사실 직원을 감사절차준수인으로 임명하여 보조업무를 수행케 했는데 오히려 업무경험 활용 극대화로 큰 조력자 역할을 수행했고 마지막까지 자신이 몸담은 곳에 봉사하고 떠날 수 있게 해준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 현상을 ‘감사인(監査人)의 감사(感謝)’라는 말로 표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