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로봇이 보급하는 사회와 사회적 수렴
가. 로봇·AI법 총론과 로봇·AI법 각론
그럼 로봇·AI가 보급한 사회에서 행정규제를 고려할 경우 어떠한 시점이 필요할까. 일본의 로봇안전정책의 권유자인 신보(新保) 교수는 이 점에 대해 각 행정영역에서 분할된 작업으로 검토할 것이 아니라 로봇이나 AI의 이용촉진을 위한 방침이나 정책 (전략)의 통일화를 이루면서 획일화하지 않은 다양하며 유연한 논의를 위해 다원적이며 다면적인 검토가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로봇 및 AI법 제정의 방향은 현행법 체제에서 규제완화의 틀 속에서 자리매김을 해야 한다는 당위성과 함께 로봇·AI의 보급 사회가 어떠한 사회적 문제를 포용하고 있어야 할 것인지를 담아내기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수평 방향의 로봇·AI법의 총론적 담론과 기술적 진화를 염두에 둔 개별 기술적 로봇·AI법의 각론은 미래의 과제를 고민해 가야 할 동전의 양면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총론적 담론은 로봇이나 AI를 개발·활용할 때에 분야를 불문하고 논의되어야 할 과제를 다뤄야 한다는 신보 교수의 지적대로 사회적 수용성에 대한 포괄적이며 체계적인 과제 정리가 필요하다.
개별 분야별 각론은 모든 분야에 로봇·AI의 수용 과정에서 각각의 분야에서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 각론에서는 지금까지의 안전확보의 체제를 전제로 한 점진적 대응과 적절한 규제를 통해 기본적 개선 방향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각론적 접근은 자율주행 시대를 대비한 교통 시스템이나 소형무인항공기 (드론), 헬쓰케어 등 모든 분야에서 평등하게 진행하는 것이 아닌 기술과 사회적 합의 사이에서 갈등이 표출된 분야부터 진전할 것이 예상된다. 이들 분야에서 선행적으로 발생한 문제점이나 해결을 위해 지혜를 모아 총론적 담론에 피드백하고, 여기에서 다시 각론적 해결을 위한 대안을 제시하는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로봇·AI가 보급된 사회에서 행정규제를 논의하기 위해서는 어느 수준에서 어떤 이해관계자를 참여시켜 어떻게 실행해 갈 것인가를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될 필요가 있다.
나. 총론과 각론의 상호 보완적 수정과 행정의 역할
총론 분야를 논한 경우에도 구체적인 이용 상황을 염두에 둔 검토가 필요하다. 다만 기술적으로 불가능하거나 혹은 경제적 합리성이 없는 대응책을 요구하는 것은 어렵다.
한편 로봇·AI의 보급이 초래할 변화는 분야를 불문하고 모든 상황에서의 법적 규제 방향을 전환시킬 수 있는 영향력도 가지고 있다. 지금까지 유효했던 정책의 실효성이 상실되고 법제도의 전제가 되어 온 정보격차나 책임배분의 방향이 유동적이 될 가능성도 있다.
현행 규제는 규제의 조합을 고려할 때 각각의 분야에서 이용자·사업자의 책임과 의무를 고려하는데 있어서 일정의 전제를 두고 있다. 운전자의 이동의 자유를 전제로 설계된 도로교통법의 체제는 운전자의 책임주체성을 상당히 엄중히 보고 있는 체제이다. 또 소비자보호법이 제시한 목적은 위험한 제품의 유통을 직접 규제하는 체제만이 아니라 복수의 방법을 연결시키고 있다. 접속해서는 안 될 기기의 주의환기를 실시하는 등 소프트한 수법을 제공자측에 요구함으로서 전체로서의 안전성을 일정 수준으로 확보하면서 이용을 저해하지 않는 방책도 고안되고 있다.
선행적 이용을 위한 제도 마련과 후행적으로 개발 혹은 이용될 분야 사이에서 기술적·윤리적·사회적·법적 체제의 전제가 다를 가능성도 있다. 선행적으로 개발이 이루어지는 분야에서 활용될 실증실험이나 지역적 제한을 전제로 한 규제완화의 시스템도 상호 참고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상호 보완적인 발전이 이루어져야만 한다.
사회전체가 변화해 가는 과정에서 변증법적 발전을 통해 다양한 이해관계자와의 조정으로 국제적 경쟁력을 확보하면서 국제적 규범의 범주에서 국가의 행정작용에 기대하는 사회적 가치는 신기술을 견인하는 견인차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