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상상의 세계가 현실의 세계로
인공지능이 탑재된 기기의 도움을 받으면서 로봇과 함께 생활하는 20세기 후반 사이언스 픽션 세계에서만 예상하던 생활이 21세기 들어서면서 우리 현실에 급속하게 다가왔다.
번역 프로그램을 사용해 관광객을 안내하는 관광안내시스템, 와상환자를 돌보는 간병인을 위한 간병지원 셔츠, 실시간으로 이동 경로를 알려 주는 운행시스템 등은 이미 현실이다. 그런데 이러한 기기에 인공지능을 탑재해 학습시키게 될 경우 어떤 변화가 일어날 것인가? 또 만일 이들 기기가 사전 조정 과정을 거친 후 상호 연계하여 인간에게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인간에게는 어떠한 편리함이 있을 것인가?
로봇·AI가 개입된 생활에는 다양한 편리함이 있는 반면 위험성도 있을 것이다. 지금과는 전혀 다른 세계가 될 수도 있음에 냉정한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예를 들면 스마트 폰으로 인한 사회적·문화적 양식의 변화를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스마트 폰 없는 하루 일과는 거의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불편함이 많아 효용성을 수긍하면서도 이로 인해 발생되는 갖가지 문제도 지적되고 있다.
여기서는 AI 및 로봇을 이용한 제품·서비스가 사회에 등장하고 보급되어 가는 과정에서 어떠한 과제가 발생하는지 특히 소비자안전에 관한 관점에서 보고자 한다. 소비자안전에 대한 위험을 포함해 사회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위험을 국가는 당사자간의 민사책임, 국가형벌권 행사에 의한 형사책임, 그리고 행정규제에 의한 행정상의 책임을 통해 시민사회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다. 특히, 행정제도는 시민 안전을 위해 위험의 사전적·예방적 차원에서 우리 생활 깊숙이 간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안전에 대한 국가 책임의 중요성을 엿볼 수 있다.
교통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운전자의 책임에 대한 국가기관의 역할을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사고로 인해 발생한 피해자에게는 손해를 배상하여야 하며(민사책임), 사람의 신체나 생명에 피해를 입힌 경우에는 형법(자동차운전치상행위처벌법)상의 형사책임, 뺑소니 등의 도로교통법상의 중대한 의무(보고의무·구제의무 등)를 위반해도 형사벌을 받는다. 그뿐만이 아니라 운전면허 정지나 취소 등의 행정제재도 수반되는데 이런 상황이 로봇·AI기술 보급으로 바로 변화가 오는 것은 아닐 것이다. 예를 들면 도로운송차량법에 의한 자동차의 보안기준, 도로교통법에 의한 면허제도는 AI 등장 이전부터 있었던 위험에 대한 행정규제의 전형적인 형태라 할 수 있다.
기술혁신의 과정에서 우리가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기술혁신이 사회 변화에 미치는 긍정적 반응과 함께 부정적 영향에 대한 검토이다. 새로운 기술이 기존의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고 편리성을 향상시키는 등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이면에 부정적 영향 혹은 전혀 생각하지 못한 사회적 문제가 크고 작은 양상을 띠면서 스멀스멀 기어 나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변화의 과정에서는 혼란도 필연적으로 발생하는데 이는 기존 일상 속에서 적응해 오던 관습을 새로운 시대 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과정에서 저항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간혹 새로운 방법이 과도기적이거나 발전과정에 있는 까닭에 충분한 대응 능력을 갖추지 못하였기 때문에 기대되는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그렇다면 로봇·AI 기반사회의 사회상은 어떤 모습이고 그러한 사회에서 안전사회를 구현하기 위한 행정의 방향은 어떠해야 할 것인가?
먼저, 사회 안전망 구축을 위한 행정규제는 민사법·형사법의 규범과 상호 어떻게 유기적 관계를 맺어야 할 것인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다음은 로봇·AI 기반의 미래 사회상을 두 가지 정도 상정하고자 하는데, 하나는 서비스 로봇 등 우리 생활에 깊숙이 들어와 있는 로봇·AI를 생각해 볼 수 있다. 또 하나는 자율주행차 시대를 대비한 적절한 행정규제를 검토하기 위해 우리들 일상생활과 깊은 연관이 있는 ‘제품 안전성’, 그리고 ‘도로교통과 안전성’이라는 두 가지 영역에서 현행법 제도를 살펴보고 신기술 도입 과정에 어떠한 지적이 있었는지, 또 어떠한 논의를 거쳐 규범이 변경될 수 있는지 사례를 통해 알아보고자 한다.
향후 로봇·AI가 사회적으로 수용 가능성 있는 제품이나 서비스와 어떻게 융합되고 발전할 것인지를 언급하기에는 아직은 한계가 있다. 다만, 지금까지 법과 제도의 범주에서 로봇·AI가 활용될 경우 예상되는 특질 등의 관계성을 살펴보고 간헐적으로 발생된 문제, 그리고 아직은 수용할 정도의 문제 등을 ‘기존의 새로운 문제’라는 재인식을 통해 검토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