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 위기에 몰린 ESS(에너지저장장치) 산업계가 정부에 제안서를 제출하는 등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국ESS산업진흥회는 17일 보도자료를 통해 세계 최고 수준의 ESS 산업이 고사 위기에 몰리고 있다며 ▲컨트롤타워 부재 ▲RPS 제도 변화 필요 ▲수출화 전략과 지원 등의 현안문제에 대해 정부에 제안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초로 ESS(에너지저장장치)의 상용화와 대량 보급에 성공해 보급량과 기술력에서 단연 세계 1위에 올라 있습니다. 발전소 수준의 대용량의 전기를 저장할 수 있는 ESS는 남는 전기는 저장하고 필요할 때 사용할 수 있는 전력산업 분야의 획기적인 발명품입니다. 향후에는 가정용 및 소용량 ESS가 실생활에 보급되어 사회적 및 문화적으로 커다란 영향을 주며 인류의 필수품으로 자리잡게 됩니다.
ESS는 4차 산업 시대와 정부의 탄소중립 및 산업혁신 정책에 정확하게 부합하며, 세계를 선도하며 대한민국의 주력산업으로 부상하게 되고, 이를 통해 ESS와 관련 산업은 고부가가치의 일자리 창출과 국가 경제에 기여하게 됩니다. ESS라는 신산업으로 10,000여개의 유관 업체가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특히, 대규모의 재생에너지 보급에 필요한 기술과 경제성에 최적화되어 있으며, 우리나라의 상용화 성공 사례에 따라 해외 선진국에서도 정책적으로 적극 도입하고 있습니다.
ESS는 재생에너지의 보급이 확대되는 규모에 따라 사용 목적이 변화되므로 이에 적합한 기술, 운영, 비즈니스 모델이 한층 고도화되어야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ESS 보급 초창기에 태양광 발전이 전기를 균일하게 생산하지 못하는 단점을 해결하기 위해서 ESS에 저장해 고품질의 전기를 공급하려고 사용했습니다. 현재는 태양광 발전 보급이 종전보다 대폭 확대됨에 따라, 올해 2월의 경우처럼 전기가 남아도 정전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 남는 전기를 ESS에 저장해 사용해야 합니다. 또한, 우리나라보다 태양광 발전을 훨씬 많이 보급한 국가에서는 일몰 후에 대규모 태양광 발전이 멈추기 때문에 낮에 전기를 ESS에 저장해 저녁 생활 시간대에 공급하도록 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이에 더해, 2050년에 100% 재생에너지 시대를 구현하려면 낮에 남는 전기와 밤에 부족한 전기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 ESS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현재로써는 ESS가 시장경제에서도 재생에너지 보급을 위한 최적의 설비로 입증되었고, 앞으로 기술과 경제성의 경쟁력을 더 높이기 위해서는 정부의 지속가능한 정책적 뒷받침이 있어야 합니다. 이에 우리나라가 ESS 산업의 세계 선도자(First Mover)로써 세계 1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정부에 정책을 제안하고자 합니다.
태양광 발전소의 단가는 생산 전기 판매단가 60원/kWh와 한국전력거래소의 REC 현물시장(상시 거래 가능) 단가 26원/kWh를 더해 대략 86원/kWh이며, 한국에너지공단의 경쟁 입찰 시장(연중 2∼3회 실시, 거래 물량 한정, 경쟁 입찰)에서는 생산 전기 판매단가(60원/kWh)과 REC 판매단가을 포함해서 대략 150원/kWh 정도에서 고정가격으로 장기 계약이 됩니다.
이러한 이유로 태양광 발전의 단가가 높아 일반 발전소보다 태양광 발전소가 비싼 비용으로 전기를 생산하고 있고, 그 비용을 정부가 지원하고 있다고 인식되고 있습니다.
게다가, 화력 발전소와 비교하면, 화력발전소는 태양광 발전소보다 건설비 단가가 2배 정도 비싸고, 연료비, 높은 인건비, 유지보수비 등이 비용이 많이 듭니다. 이에 따라, 연료비가 없고, 인건비와 유지보수비 등이 적은 태양광 발전의 수익이 훨씬 높아 보입니다.
반면, 우리나라에서 태양광 발전을 위한 연중 1일 평균 일조시간은 3시간 내외입니다. 이에 비해 화력 발전소는 24시간 가동해 전기를 생산하므로, 태양광 발전소는 화력발전소의 1/8의 전기를 생산해서 수입을 얻게 됩니다. 단가가 높더라도 생산된 전기를 기준으로 수입이 발생하므로 상대적으로 수입 대비 투자 비중이 높아지게 됩니다.
한국에너지공단의 입찰 시장의 150원/kWh 단가를 24시간 생산한 기준으로 환산하면 18.75원/kWh에 불과하고, 또한, 화력 발전소의 수명은 30년, 태양광 발전소의 수명은 20년입니다. 이에 따라, 수입 면에서는 화력 발전소가 태양광 발전소의 5.67배((70/18.75) × (30/20) = 5.67배)가 많고, 더욱이, 현물 시장 가격인 86원/kWh 단가로 환산하면 10.75원/kWh이어서 9.76배((70/10.75) × (30/20) = 9.76)가 많습니다.
화력 발전소가 수입이 월등해서, 높은 건설비 단가, 연료비, 높은 인건비, 유지보수비 등 비용이 태양 발전소보다 많더라도 경제성 면에서는 더 안정적입니다.
현재 기준으로 한국에너지공단 입찰 시장에서 일반 화력발전소가 150원/kWh 정도에서 REC를 구매하고 있습니다. 이는 태양광 발전 경제성의 마지노선이며, ESS의 경제성도 현재 수준의 REC 가중치 4.0(REC 단가 × 4, 실제는 태양광의 REC 단가 1.0을 포함하고 있으므로 REC 단가 × 3) 정도입니다. 이 기준으로 협의와 조정을 통해 전력거래시장에 태양광 발전과 ESS를 편입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된다고 판단됩니다.
현물 시장의 단가를 기준으로 태양광 발전소의 경제성이 상실되었으며, ESS도 마찬가지입니다. 더욱이, 정부에서는 REC 가격을 10원대/kWh 정도로 전망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어 사업성이 전혀 없게 됩니다.
◆컨트롤 타워 부재 해소
ESS 산업은 그동안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제도에 힘입어 괄목할 만한 양적 성장을 거두었습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듯 연간 1조원 이상의 국내 시장이 형성될 정도로 ESS 산업이라는 새로운 분야가 나타났습니다. 세계 유수의 조사연구기관들은 전 세계 ESS 시장이 지금보다 수백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질적 성장 정책을 병행하여 명실상부한 세계 1위를 유지하면서 추적자의 거센 도전을 막아내야 합니다.
하지만, ESS의 양적 보급 정책 이후에 정부의 컨트롤 타워가 사라서 ESS 산업 고도화의 동력을 잃어 가고 있습니다. ESS와 관련된 재생에너지, 전력수급, 안전대책, 보급정책, 부품소재, 표준 및 인증, 소방 등 유관부서가 전문화되고 있으나, 이를 통합하여 전반적인 정책을 수립하고 조정하는 총괄부서가 없습니다. 명목적으로 ESS를 담당하는 부서가 희미하게 존재할 뿐이며, ESS와 관련한 현안이 발생하면 업계에서 직접 해당 부서를 찾아 해결해야만 하는 상황입니다. ESS의 산업혁신 정책을 총괄하는 부서가 조직되길 제안합니다. 에너지 분야의 R&D(연구개발)를 담당하는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에서도 ESS의 R&D를 전담하는 PD(프로젝트 매니저) 직책이 없어졌습니다.
아울러, ESS 화재 원인에 대해 2차 조사위원회의 발표가 있었고, 산업부가 한국전기안전공사와 함께 안전대책을 마련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해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안전 우려를 불식하는 홍보가 없어서 국민들의 불안감이 가시지 않고 있습니다.
ESS를 총괄 부서가 조직되어 최우선적으로 안전성을 홍보해야 되며, 수소차 인명 사고 발생 후에 대통령의 수소차 시승 사례처럼 적극적인 ESS 안전 홍보를 제안합니다.
◆RPS 제도 변화 필요
ESS는 대용량의 전기를 저장할 수 있어서 용도가 다양한데, 정부에서는 핵심적인 용도 2가지를 선택해 정책적으로 시행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 태양광 발전 등의 재생에너지에 ESS를 함께 사용할 경우에 지원하는 제도가 있습니다. 이 제도는 그동안 ESS 산업 성장과 기술력 향상의 기반이 되었으나, 현재는 국내 ESS 업계가 고사할 위기에 처해 있어 제도 변화가 절실히 필요하게 되었습니다.
원자력 발전소, 석탄화력 발전소, 가스 발전소 등의 대형 일반 발전소는 의무적으로 발전량의 일정 비율을 재생에너지로 생산해야 합니다.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태양광 발전소 등의 REC(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를 구매해야 합니다. 이는 RPS(재생에너지 의무 할당제) 제도이며,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를 총 소비 전기의 20%까지 공급하는 등의 에너지전환 정책으로 RPS 시장 규모가 상당히 커지고 있습니다. 2019년 기준으로 재생에너지 발전량 공급 비중이 5% 정도이며, 정부는 2040년까지는 35% 내외, 2050년까지는 100%까지 추진하는 목표를 정했습니다.
태양광 발전소의 수입은 생산한 전기와 REC를 판매한 금액입니다. RPS 제도 초창기에는 REC 가격이 매우 높았으나, 현재는 재생에너지가 급격하게 많이 공급되어 REC 가격이 폭락해 수입이 매우 저조합니다. ESS는 태양광 발전소의 전기를 저장하므로 자체적으로 생산하는 전기가 없어서, REC에 가중치를 곱해 수입을 보장해줍니다. 현재는 REC 가격이 폭락하여 ESS의 수입도 급감했습니다. 태양광 발전과 ESS 사업이 모두 불가능한 시점에 도달한 상황입니다.
현재, 대형 태양광 발전소(수십MW 정도 이상)와 정부의 특별 지원이 시행되고 있는 소규모 태양광(한국형FIT, 30kW 또는 조합 등의 100kW 미만)의 경우만 수익성이 있으나, 이마저도 재생에너지가 보급될수록 경제성이 그만큼 저하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러한 원인은 정부에서 수립한 연도별 재생에너지 의무 할당량보다 많은 재생에너지의 전기가 생산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정부에서도 이를 알고 있지만 연중 조기 달성과 연도별 초과 달성이라는 성과를 위해서 시장경제에서 발생하는 부작용을 방치하고 있습니다.
지속적으로 급락하고 있는 REC 가격으로 인하여 대부분의 태양광 발전 사업자는 사업을 영위할 수 없게 되었고, 태양광 발전소에 ESS를 설치하는 사업도 불가능하게 되었으며, 심지어 도산하는 태양광 발전 사업자와 ESS 사업자가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오히려 출자금을 모아 일반 발전소 사업을 하는 편이 낫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정부가 재생에너지에 ESS를 설치할 경우에 REC의 가중치 부여 제도를 없애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대안으로 재생에너지의 문제를 해결할 공공 ESS를 설치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는데, 그동안 ESS 사업에 참여해 노하우를 보유한 우수 중소 및 중견 기업의 일거리가 공공 ESS 사업으로 사라질 위기가 되고 있으며, 특히, 기술적으로 공공 ESS가 현재 기준으로 6만여개에 달하는 재생에너지 발전소에 대응할 수 있는 지도 미지수입니다. 실효적인 대안이 없으면 차라리 현재의 체제를 유지하는 편이 옳습니다.
정부가 재생에너지를 대규모로 보급하면서 추진하는 정책 중에 하나인 Grid Parity(그리드 패리티, 재생에너지 생산 비용과 일반 발전소의 생산 비용이 같아지는 균형점)가 태양광 발전 분야에서는 이미 공급 과잉 정책으로 인해 인위적으로 초과 달성되었고, 이 추세가 지속되면 일반 발전소 사업이 더욱 더 안정적입니다. 부작용 투성이의 Grid Parity 달성은 명목상의 지표적 숫자에 불과합니다.
이는 에너지전환 시대에서 RPS 체제가 한계점에 도달하여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미입니다. 최소한 그리드 패리티 수준으로 태양광 발전소의 수익성을 보전해야 하며, ESS도 이에 준하는 수준으로 맞추어야 합니다.
이에 따라, 일반 발전소 시장인 전력거래시장에 재생에너지를 편입시키는 방안도 고려해야 될 상황이라고 판단됩니다. 낮과 밤, 즉, 하루 24시간 중에 원하는 시간에 고품질의 전기를 공급할 수 있도록 태양광 발전에 ESS를 설치하는 조건으로 전력거래시장에서 일반 발전소와 경쟁 입찰하는 방안이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이는 REC 가격 변동성에 따른 부작용에서 벗어날 수 있고, 전력거래시장 참여가 Grid Parity의 완성이기 때문입니다. 태양광 발전소와 ESS 설치 비용은 그동안 기술 개발과 대량 보급으로 줄어들었으며, 보급이 확대될수록 더욱 낮아져 전력거래시장에서 일반 발전소보다 경쟁력을 갖게 될 수있습니다.
이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관련 업계와 소통할 수 있는 투명한 공론화 창구를 열어 놓고, 도산 위기에 처한 사업자에 대한 출구 전략도 마련하여야 합니다. 특히, 태양광 발전과 ESS의 REC 가격 폭락으로 고통 받고 있는 사업자에는 한국에너지공단의 장기고정가격 입찰을 통해 해결해야 합니다.
◆수출화 전략과 지원
우리나라의 ESS 관련한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 및 중견 기업이 이미 해외 선진국에서도 경험하지 못한 ESS 노하우와 실적을 보유하고 있을 정도로 성장했습니다. ESS 분야에서 세계 1위의 선도자가 유지될 수 있도록 국내 중소 및 중견에 대해 성장의 사다리를 놓아주어야 합니다.
이번 정부에서는 중소 및 중견 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 중소기업청을 중소벤처기업부로 승격하여 국내 기업의 99%를 차지하는 중소 및 중견 기업에 희망을 심어주었습니다.
세계적으로 선진국 중심으로 ESS 사업이 발주되고 있고, 이에 우리나라 기업들이 수주하는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 발주자는 언젠가 ESS의 중요성과 용도를 실제 경험한 후에 보다 실용적인 유용성을 마련해서 사업자로 돌변해 ESS 시장을 주도하게 될 것입니다.
아직은 우리나라의 중소 및 중견 ESS 사업자보다 보급 실적과 노하우가 변변치 않지만 미래의 경쟁자임이 분명합니다.
앞으로 국내 ESS 시장 규모가 성장하나, 궁극적으로는 더 커다란 세계 ESS 시장을 목표로 해야 합니다. 국내 ESS 중소 및 중견 기업이 실질적으로 ESS의 엔지니어링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들 기업들이 재생에너지의 특성, 규모, 환경, 안전 등 제반 여건에 따른 최적의 ESS 사업화 개발에 집중하여 세계적인 ESS 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수출 전략과 지원책 강구를 제안하며, 현 시점에서는 우선적으로 정부의 글로벌 네트워크에 ESS 산업이 연결될 수 있도록 지원을 강력히 요청합니다.
한국ESS산업진흥회 최창호 회장, 임원진 및 회원사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