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2일 논평을 통해, 20일,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월성 1호기 조기폐쇄 결정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결과가 발표됐다”고 밝혔다.
1년여의 기간 동안 많은 공무원과 한수원 직원을 조사하고 대대적으로 컴퓨터와 휴대폰을 포렌직하며 10번 이상 조사를 받은 공무원들이 있을 정도로 강도 높은 감사를 실시한 것을 생각하면, 막상 조기폐쇄 절차에 대한 감사결과는 털어서 먼지가 난 수준이다.
감사원은 월성 1호기의 조기폐쇄를 추진하기로 한 정책의 옳고 그름이 감사 범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며, 안전성·지역수용성 문제를 제외한 채 ‘경제성 평가’ 부분에만 초점을 맞추었다.
그러나, 안전성·지역수용성 등의 문제는 노후 원전의 계속 가동 여부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고려사항이며, 경제성은 안전성과 연동되어 있어서 안전성을 어느 정도로 확보하느냐에 따라 경제성 평가결과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감사가 적절했다고 평가하기 어렵다. 오히려 월성 1호기가 ‘안전하다는 전제’하에 ‘경제적 손실’을 입증하기 위한 감사를 진행한 것이 아닌가 의문이 든다.
또한, 한수원과 감사원 공히 ‘경제성 평가’와 ‘재무성 평가’를 혼동하는 오류를 범했고, 그 결과 월성 1호기와 같은 중수로 노후 원전의 계속가동 여부 판단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원전의 사고위험비용과 같은 각종 사회적 비용이 통째로 간과됐다.
‘경제성 평가’는 공공기관이나 공기업이 추진하는 사업에 있어서 수행되는 평가로서 개별 사업자의 입장이 아니라 국가 전체적인 입장에서 사회적 편익과 사회적 비용을 추정해 사회적 순현재가치를 측정하는 방식이다.
공기업인 한수원의 월성 1호기 관련 의사결정은 이러한 경제성 평가에 따라 이뤄지는 것이 옳다. 그러나 한수원은 애초에 이러한 사회적 비용·편익을 반영하지 않은 채로 한수원 입장에서의 예상 수익과 비용을 기초로 평가를 수행했다.
이는 개별 사업자의 입장에서 현금흐름을 측정하는 ‘재무성 평가’일 뿐이다. 감사원이 본래 직무에 충실한 감사를 하였다면, 한수원이 사고위험비용을 포함한 각종 사회적 비용을 분석에서 왜 누락했는지를 지적하는 것이 훨씬 중요한 일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월성 1호기 문제를 정치쟁점으로 비화시킨 감사원은 ‘재무성 평가’와 ‘경제성 평가’도 구분하지 못한 채, 지엽적인 이용률이나 판매단가 문제에 매몰되어 정작 핵심적인 쟁점은 간과하고 말았다.
산업조직학회가 2017년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 비용검증위원회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원전의 사고위험비용은 18.2 ~ 27.4원/kWh 수준이다.
이 비용이 월성 1호기 계속 가동 시의 비용으로 포함되었다면, 월성 1호기의 이용률과 판매단가를 더 높여 잡았더라도 계속 가동의 경제성이 인정되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것이, 감사원이 초점을 맞춘 ‘경제성 평가’ 부분조차도 반쪽짜리 감사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감사원은 판매단가 적용 등 세부적인 평가 전제를 지적하며 월성 1호기 계속가동의 경제성이 불합리하게 낮게 평가되었다고 보았다.
그러나, 감사원도 적절히 지적하고 있듯이, 미래의 수익과 비용을 전망하는 경제성 평가는 여러 가지 입력변수의 적용에 따라 평가결과에 큰 차이가 발생하게 된다. 실례로, 과거 2015년 고리 1호기의 영구정지 결정 당시에 두 기관에 의해 수행된 경제성 평가결과 사이에 500 – 700억 원의 격차가 있었던 것을 보더라도 알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신규 원전 건설 시의 경제성 평가에 있어서는 한수원 지침인 ‘원전 경제성 평가 표준지침’이 마련되어 있어 그 기준에 따르면 논란의 소지가 적지만, 원전의 계속가동(수명연장)에 있어서는 이러한 경제성 평가 기준이 마련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평가하는 기관별로 입력변수에 대한 판단과 적용이 달라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즉, 이번 감사원의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에 대한 지적은 원전 계속가동의 경제성 평가기준에 대한 규정이 부재함으로 인해 발생할 수 밖에 없는 당연한 논란인 것이다.
이것을 마치 현 정부와 한수원의 대단한 비위사실인 것으로 부풀려 국민을 오도하는 국민의힘과 보수언론의 침소봉대는 매우 유감스럽다.
한편, 산업부 공무원들의 감사방해에 대한 감사원의 지적은 당사자와 해당 부처가 뼈아프게 받아들여 엄정한 조치를 취해야 할 사항이다.
이번 감사원 감사에 대해 인권침해 수준의 과잉조사가 이뤄졌다는 문제제기가 있었다 하더라도,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뤄지는 감사원의 감사절차를 공무원들이 자료인멸 등을 통해 방해하였다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는 것임을 밝혀 둔다.
월성 1호기는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중수로 원전으로서, 경수로 원전에 비해 약 4.5배 많은 사용후핵연료가 발생하는 핵폐기물 집약시설이다.
뿐만 아니라 인근의 월성 2-4호기에 비해서도 고장과 불시정지가 잦아 이용률이 현저히 낮았으며(원자력안전운영정보시스템에 의하면, 월성 1~4호기 전체 사고‧고장 118건 중 48.3%인 57건이 월성 1호기에서 발생하였음), 원자로 건물 부벽의 콘크리트 결함과 핵연료 저장소의 차수막 손상까지 발견되어 현재 상태로는 안전하게 정상 가동하는 것이 불가능했던 설비이다.
이에 더해 이미 2015년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수명연장 허가처분이 위법하다는 서울행정법원의 판결로 인해 수명연장 허가의 소급취소 가능성이 높았던 사정까지 고려한다면, 월성 1호기를 즉시 폐쇄하는 것은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는 당연하고도 합리적인 판단이라 볼 수밖에 없다.
이제 국회는 월성 1호기 조기폐쇄에 관한 과도한 정쟁을 중단하고, 앞으로 향후 10년간 설계수명이 만료될 10기의 원전에 대해서 다시 이러한 논란과 사회적 갈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련 절차와 규정을 정비하고 합리적 정책 논의를 해야 할 시점이다.
야당 역시 국가 경쟁력과 공동체의 미래를 좌우할 에너지 정책을 정쟁의 대상으로만 삼는 것이 아니라, 변화하는 에너지 시장과 기술, 글로벌 투자 동향을 합리적·종합적으로 고려해 바람직한 에너지전환 정책의 밑그림을 함께 그려 나갈 책임이 있고, 이제라도 그 길에 나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