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정책 합리화를 추구하는 교수협의회(이하 에교협, 공동대표 이덕환‧온기운·성풍현)는 12일 한국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실에서 “원전 수출기반 붕괴-현황과 대책”이라는 주제로 제8차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번 토론회는 온기운(숭실대 경제학과 교수), 주한규(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등 2인의 주제발표와 이덕환(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 박주헌(동덕여대 경제학과 교수) 등 2인이 패널로 참여하는 토론으로 진행됐다.
◆토론요지
온기운 교수는 ‘UAE 원전수출 10년, 한국의 과제’라는 주제의 발표에서 “2019년 12월 UAE로부터 200억달러 규모의 원전 4기를 수주하는 감격을 맛본지 10년이 되는 지금 한국은 수출 강대국 대열에서 탈락할 위기를 맞고 있다.”며, “현 정부의 원전에 대한 기본적인 철학이 바뀌지 않는한 원전 시장을 경쟁국에 모두 빼앗길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세계 원전 시장은 수출국이 스스로 자금을 조달해 수출 상대국에 원전을 건설하고 발전된 전기를 판매해 자금을 회수하는 구조로 변하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 중국 등 비 OECD국가들은 국제적 규제를 받지 않는 파격적 정부 금융지원으로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수출국들은 원자로 건설을 비롯한 연료공급, 유지보수, 사용후핵연료 처리 등 완성된 핵주기로 접근하고 있어 탈원전을 추진하는 한국으로서는 큰 약점이 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또한 “한국은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로부터 유일하게 설계인증을 획득하는 등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을 뿐 아니라 가격경쟁력에서도 러시아, 미국, 프랑스 등보다 유리하나 이를 효과적으로 살리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한국이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고 원전 수출 선도국으로 나서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부의 지원과 기술과 외교력의 결합, 관민 협조체제의 강화 등이 불가결하다.”며, “원전 수출에는 거액의 자금이 소요되는만큼 신흥국에 수출할 때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활성화와 투자은행(IB)의 적극적 역할, 해외 금융기관과의 연계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발주국 특성에 맞는 맞춤형 노형 개발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설계 등 R&D 투자를 지속하고, 특히 4세대 스마트원전 개발에 노력해야 한다. 핵주기를 완성하며, 탈원전 정책에 따른 원전 생태계 붕괴를 막아야 한다.”고 밝혔다. 또 “한전과 한수원으로 이원화되어 있는 수출구조를 일원화하여 전력을 집중시켜야 하며, 인프라 기반이 약한 신흥국들이 요구하는 인력양성 지원에도 적극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한규 교수는 ‘원전수출 현황과 후속 수출실현 방안’이라는 주제의 발표에서 “탈원전 정책으로 인해 수출 물량 절벽을 맞게 된 한국 원자력 산업계는 고사하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내년에 공장 가동률이 10%선으로 떨어져 극심한 경영난에 봉착할 전망인 가운데 460여 협력 업체 매출도 1/7 수준으로 급감하여 폐업기업이 급증하고 우수인력이 이탈하는 등 생태계 붕괴가 현실화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그러면서 “세계원자력협회 자료에 따르면 2030년 까지 우리나라가 참여할 수 있는 신규 원전 사업은 약 50개로 추정되는 등 원전 수출 시장은 충분하므로 원전수출 체계를 정비하여 후속 수출을 실현할 당위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정부는 탈원전 하에서도 원전 수출은 추진한다는 이율배반적인 입장을 취해 왔기 때문에 정부 당국자의 책임감과 열정은 미약할 수 밖에 없으며, 이로 인해 NuGen 인수도 실패했다. 정부는 그간 범부처간 유기적 협력이 없이, 또 장기적으로 수출 업무를 주관하는 주무자 없이 수출사업을 미온적으로 추진해 왔다. 더구나 한전과 한수원은 각기 따로 수출 사업을 추진함으로써 그나마도 부족한 원전 수출 업무 전문가의 양분과 협력 부재 상황을 초래해 왔다.”고 꼬집었다. 그는 아울러 “협상 주관과 금융지원, 포괄적 경제협력, 외교협력, 원자력 인력양성, 인허가 지원 등을 총괄할 범 부처적 유기적 협력체가 필요하다. 이러한 필요성과 원전 수출의 막대한 경제적, 외교적 효익을 고려하여 원전수출지원특별법 제정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 특별법에 따라 범부처 공무원과 원자력 산업계 실무자들로 구성된 원전수출추진단을 신설하여 정부가 주도적으로 원전수출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신한울 3·4호기의 즉각적인 건설재개를 통해 탈원전으로 인한 우리나라 원전 산업생태계 붕괴를 우려하는 도입국들에 대한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원전수출추진단은 1차적으로 사우디와 영국 원전 수출에 역량을 집중해야 하며, 중단기적으로는 체코, 폴란드, 불가리아 등 동구권 국가를 대상으로, 장기적으로는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동남 아시아 국가와 이집트, 케냐, 나이지리아 등 아프리카 국가들 대상으로 수출 전선을 넓혀야 한다.”고 밝혔다. 끝으로 그는 “향후 소형 원자로 등 각국 여건에 맞는 원전 형식 다변화도 추진해야 하며, 이를 위해 울진이나 영덕에 원전 수출 전략지구를 조성하여 APR+, APR1000+, SMART 등 수출 전략 노형 시범 건설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덕환 교수는 ‘허공으로 날아가 버린 원자력 입국의 꿈’이라는 제목의 토론에서 “국가의 백년대계인 에너지 정책의 근간을 무너뜨려버린 탈원전 정책은 선택적 법치의 대표적인 사례이며, 국회가 정해놓은 원자력진흥법‧녹색성장기본법‧에너지법‧전기사업법을 비롯해서 정부가 철저하게 무시하고 있는 법률의 수는 헤아리기도 어려울 정도”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그는 “원자력진흥법에 따라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원자력과 관련된 주요사항을 심의‧의결해야 하는 원자력진흥위원회가 2년 반 동안의 긴 동면에서 갑자기 깨어나 서면의결로 내놓은 미래 방사선 산업 창출과 미래 원자력 기술 역량 확보 전략은 기술에 대한 정부의 무지(無知)를 보여주고 있으며, 원전이 위험하기 때문에 포기해야 한다면 방사선 신산업과 혁신 원자력 기술도 포기하는 것이 마땅하다. 더욱이 지난 60년 동안 구축해놓은 원자력 산업과 인재 양성 체계가 처참하게 무너지고 있는 상황에서 그런 전략은 정부의 황당한 착각이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는 “본격적인 탈원전은 시작도 하지 않았고, 진정한 탈원전은 60년 후에나 완성될 장기 과제라는 정부의 주장은 황당한 궤변이다. 2017년 6월 19일 대통령의 공개적인 ‘탈핵국가 선언’으로 시작된 탈원전이 지금까지 맹렬한 속도로 추진되고 있는 것이 아무도 거부할 수 없는 명백한 팩트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섣부른 탈원전 선언으로 3조가 넘는 바라카 원전의 과실은 허공으로 날아가 버렸다. 세계 최고 수준의 APR-1400의 기술도 공개될 수밖에 없다. 바라카 원전의 유지‧보수 계약을 확보한 기업에게 무제한적인 접근권을 허용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끝으로 “영국의 원전 건설 우선협상 지위를 상실해버린 것도 섣부른 탈원전 선언의 결과다. 1956년 세계 최초의 상업용 원전을 건설한 원전 종주국인 영국에 우리 손으로 우리의 원전을 건설한다는 것은 원전입국의 꿈을 완성하는 절호의 기회였다. 아무리 뛰어난 원전 기술도 한 순간에 무너져버릴 수 있다는 영국의 교훈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박주헌 교수는 ‘탈원전과 원전수출’이라는 주제의 토론에서 “원자력 산업은 지난 60여년에 걸쳐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해, 기술후진국에서 기술선진국으로 도약한 몇 개 안되는 성공 사례”라고 평가하면서 “원자력은 우리나라 1차 에너지의 11.6%(2016), 전력생산의 23.4%(2018)를 차지할 정도로 중심에너지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원자력산업이 우리나라 경제에 미친 영향을, 원전제로 상황을 가정하고 투입산출 분석한 결과, 원전을 도입하지 않았더라면 1995년, 2000년, 2005년의 GDP가 각각 약 0.32%, 0.53%, 0.37% 감소하고, 수입은 1.19%, 1.65%, 1.23% 증가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경제위기 상황이었던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 때, 원전이 없었더라면 국내 생산자물가가 각각 0.3%, 0.1% 가량 추가 상승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세계 원자력 시장은 후쿠시마 사고 이후에도 여전히 위축되지 않고 있으며, 수출 역량이 있는 국가는 사실상 러시아, 일본, 프랑스, 미국, 중국, 한국 이외에는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나라의 수출 잠재력은 여전히 높다. 최근 블룸버그 자료에 따르면, 한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의 kW당 건설비용을 비교한 결과 우리나라 건설비용이 3,717달러로 가장 낮아 가격경쟁력이 세계 최고 수준이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울러 “세계 원전 수출 시장에서의 경쟁은 단순한 가격경쟁에서 벗어나 최근 안전기술, 금융역량, 세일즈외교역량 등으로 확대되고 있는 경향이며, 탈원전으로 대표되는 국내 에너지정책과 현재 원전수출 체계는 이러한 세계 원전 시장의 환경변화와 일부 모순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즉, 그는 “탈원전정책으로 인한 원자력산업 전문인력 급감과 원전생태계 붕괴는 원전의 안전 확보에 걸림돌이 되고 있으며, 금융역량 면에서 2016년 6월 공공기관 기능조정에 의해 원전수주 주체를 한전 단독 추진에서 한수원도 가능하도록 조정함으로써 한수원의 역할이 중요해졌으나, 한수원의 해외사업 경험이 적고 국내 원전사업에 특화되었기 때문에 대규모 재원조달 능력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는 “탈원전을 추진하고 있는 정부가 범정부 차원의 원전 수출 지원을 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평가되며. 이는 실제로 2020년 원전수출 관련 예산이 31억원에 불과(2019년 원전수출 예산: 30억원)한 점이 말해주고 있다.”고 꼬집었다.
정운천 국회의원(바른미래당)은 토론회 축사에서 “세계원자력협회에 따르면 오는 2030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160여기의 원전 건설이 계획되어 있으며, 원전 건설역량, 원자로 기술, 가격 경쟁력 등을 종합할 때 우리나라는 이 중 약 70기를 수주할 수 실력과 경험이 있지만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의하여 원전생태계가 붕괴되어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영덕에 건설 예정이었던 천지 1·2호기는 지난 8년간 2,350억 원의 개발비용이 투입된 최고의 기술인 APR+가 들어설 예정이었다. APR+는 원자로냉각재펌프, 계측제어설비, 설계핵심코드 등 3대 핵심기술 대부분을 자립화했으며, 그 결과 안정성은 10배 증가했고, 건설공기는 기존 52개월에서 36개월로 크게 단축 됐으며, 원정 정지 시 대처기간을 19시간에서 3일 이상으로 대폭 늘려 APR1400 대비 더 높은 수준의 안정성과 경제성을 확보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원전기술자들이 국익을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피 땀 흘려 노력한 결과 개발된 세계 최고의 원천기술이 문재인 정부에서 사장될 위기에 처해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최고의 기술을 살리기 위해 단 한곳이라도 해외에서 우수한 우리의 기술력을 보고 직접 느낄 수 있는 원전수출전략지구가 꼭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