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에너지저장장치(ESS)에 또다시 화재 사고가 발생했다.
2017년 8월 이후 알려진 화재 사고만 26건에 이른다. 문제는 ESS안전관리위원회에서 안전관리에 대한 대책을 보완하도록 했음에도 화재 사고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에 발생하고 있는 ESS 화재 사고를 보면 특정 업체, 특정 시스템에서만 발생한 화재가 아니라 이제는 업체를 특정하지 않더라도 돌아가면서 화재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발생하고 있는 ESS 화재 사고는 공통점이 있어 보인다. 배터리 충전 완료 상태에서 일정 시간이 지나면 사고로 이어졌다. 특히 배터리 충전 잔량(SOC) 90% 이상 시 화재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화재가 연이어 일어나고 있을 당시 일시 정지나 SOC를 70%로 낮춰 사용할 것을 권고했을 땐 화재가 발생하지 않았다. 이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질문하지 않을 수 없다.
모든 시스템에는 안전율[safety factor, 安全率]과 안전계수란 것이 있다. 안전율이란 안전성에 관련된 요인이나 조건을 결정할 때, 가령 이론 또는 실험으로 확인되고 또 추정된 값이 있더라도 그 값을 다시 안전한 쪽으로 평가하기 위하여 곱해주는 계수를 말하는데, 과연 ESS용 배터리시스템의 안전율은 얼마로 설계되어 있는지도 궁금하다.
배터리셀과 모듈, 그리고 랙 단위를 포함하여 배터리 관리시스템(BMS) 등을 종합적으로 다시 돌아봐야 한다. 특히 배터리 관리시스템의 버전(version)은 계속 보완되어왔는지도 확인해봐야 한다.
배터리는 한 번 불이 붙으면 전체가 소실되기 때문에 정확한 조사에 한계가 있다. 그렇다고 ESS 산업을 포기할 수도 없다. 현재 가동을 중지시킨 업체도 아우성이다. 중지된 ESS의 하루하루 손실을 누가 책임지겠는가. 이에 정부는 당분간 강제로 SOC를 70%로 낮추게 하고 배터리 업체들이 스스로 근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안전율을 고려한 시스템 구성도 함께 마련하여야 한다. 안전조치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화재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배터리 업체에서는 깊이 인식해야 한다.
한정된 부피를 가진 밀폐된 용기에 에너지가 지나치게 많이 들어 있으면 약한 부분으로 에너지는 흘러나오게 되어 있다. 여분의 에너지가 흘러나오는 것이 발화, 폭발과 같은 필드 사고인 것이다.
특히 전력용 대용량 ESS의 경우 여러 개의 전지를 연결하게 되어 있는데, 이때 셀 용량이 균일하지 않으면 일부 전지가 과충전상태가 되어 열 폭주가 일어나면 발화, 폭발이 일어날 수 있다. 이에 지금보다 더 정밀한 과충전, 과방전, 과전류 시 전류를 차단하여 안전성을 유지하는 보호회로를 개발해 가야 한다.
정부의 ESS안전관리위원회의 수 없는 회의와 토론을 통해 안전조치를 마련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발생하고 있는 화재 사고는 시스템 안전에만 그 책임을 미루지 말고 이제 여러 전지업체가 연합하여 차세대 모델용 전지를 공동 설계하고 개발하여 반드시 이런 문제들을 해결해 가야만 한다.
현재 명확한 화재 원인을 밝히지 못해 리콜(recall)을 시키지 못하고 있는 정부의 고민을 이해 못 하는 바는 아니지만, 이제는 차분하게 원인 규명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