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환경회의는 성명서를 통해 2018년 8월, 삼척 포스파워 1·2호기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사업부지 내에서 환경영향평가와 문화재지표조사에서 확인되지 않은 안정산 동굴이 발견됐다. 이어 같은 해 11월 말 두 번째 동굴이 발견됐다. 인허가과정에서 확인되지 않았던 동굴 두 개가 공사를 시작하고 몇 개월 되지 않아 확인된 것이라고 11일 밝혔다.
동굴 발견 이후 사업자는 지난 2018년 8월 안정산 동굴1을 조사해 기초조사 의견서를 작성하고, 같은 해 11월 말 발견된 안정산 동굴2에 대한 기초조사를 진행해 올해 3월 ‘포스파워 삼척화력발전소 건설사업 부지 내 동굴에 대한 기초조사 보고서’를 제출했다.
환경단체들이 이 보고서를 확보해 분석한 결과, 최소 규모 1,310m이상의 동굴은 동굴수의 용식 및 침식작용에 의해 통로의 천장, 벽면, 그리고 바닥에 발달하는 작은 규모의 지형을 이르는 ‘동굴 미지형’이 매우 발달해 학술적, 문화적 가치가 매우 높게 평가됐다.
보고서는 이 동굴이 기초조사의 문화재(자연유산)평가등급 ‘나’등급 이상의 지질학적·학술적 가치를 잠재적으로 내포하고 있다며, 향후 정밀조사 등에 의해 ‘가’등급으로 상향 조정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사업의 환경영향 평가서에는 사업지구 인근에서 천연동굴이 발견될 가능성은 없다고 기술하고 있다.
최소 지정문화재급 이상의 동굴이 영향평가에서 확인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우리는 삼척포스파워화력발전소 인허가 과정에서 심각한 하자가 있음을 확인한다.
공사 현장에서 두 번째로 발견된 동굴은 그 규모 면에서, 도내 강원도 지정 기념물로 지정된 동굴 13개보다 크다. 특히 발전소 건설 예정지에서 진행하는 지반조사의 경우, 대상 사업지를 반으로 잘라 한 쪽만 조사를 진행했다.
이는 환경영향평가가 사업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예측하고 이에 대한 저감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절차라는 점에서 이해하기 어렵다.
결국, 지하에 어떤 형태로 얼마나 길게 발달되어 있는지도 모르는 동굴을 두고 발전소를 건설하고 있는 상황인데, 과연 이 발전소의 안전성이 제대로 검토 되었는지 환경영향평가 전반의 신뢰를 떨어뜨린다.
발전소의 실시 계획, 도면이 나오기 전에 두 번에 걸쳐 진행한 문화재 지표조사도 부실했다.
석회동굴은 삼척의 상징 아닌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천연동굴 지대에서, 공사 시작 몇 개월 만에 발견된 동굴이 정작 그것을 찾아내어 관리 방안을 수립하기 위해 진행하는 조사에서는 발견되지 못했던 것이다.
이렇게 부실한 인허가 절차를 믿을 수 있는 것인가. 환경부가 부지의 반을 잘라 한 쪽만 지반조사를 했을 때 영향평가에 대한 보완 요구를 했다면 상황이 이렇게 복잡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문화재청이 문화재지표조사를 제대로 검토했어도, 일어날 일이 아니다. 그러나 공사는 진행되고 있고, 사업자가 의뢰하여 진행한 안정산 동굴 2의 기초조사 보고서에서는 동굴 내부 자연적 또는 인위적 요인 즉 발파에 의한 동굴생성물 및 동굴미지형의 표면이 균열되어 있거나 훼손 되는 지점을 확인했다고 언급하고 있다.
보고서에 자문의견을 건 낸 전문가도 공사로 인한 동굴 훼손을 우려하며 보다 정밀한 조사와 보전방안 마련을 촉구 하고 있다.
애초에 삼척 석탄화력발전소는 계획 초기부터 의사 결정의 절차적 민주성을 포함해 많은 환경문제가 지적되어 왔다.
삼척 상맹방의 모래사장과 바다를 매립해 석탄을 싣고 내릴 하역 부두를 건설하면 리아스식 해안의 침식이 문제가 될 것이라는 의견은 다수 제기 되어 왔다.
주민 건강피해는 어떤가. 삼척지역은 이미 대규모 시멘트 공장으로 인한 오염이 심각한 수준으로, 여기에 석탄화력발전소를 더하면 더 큰 건강 피해가 발생할 것이 뻔하다.
석탄으로 산업 문명을 일으킨 영국은 모든 석탄화력발전소 몇 주째 멈춘 상태다. 다른 여러 나라도 기후위기에 석탄화력발전소를 멈춰 세우고 있다.
이런 시대에서, 우리는 석탄화력발전소를 새로 계획하면서도 고작 환경영향평가 하나 제대로 하지 못했다.
공사는 중단되어야 한다. 이미 바닥까지 떨어진 신뢰를 조금이라도 회복하려면 부실과 허위를 의심케 한 환경영향평가와 문화재 지표조사에 대해 보완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
최소한 동굴과 동굴에 서식하는 생물상을 정밀 조사하고 영향 예측과 보전 방안을 수립할 때까지 공사는 멈춰야 한다.
이 문제는 동굴의 문화재적 가치뿐 아니라 발전소 안전성 검토에 있어서도 중요하다. 부실한 영향 평가를 협의한 환경부, 문화재 정밀조사를 해야 하는 문화재청이 나서서 공사 중단을 명령하라. 이것이 최소한의 절차적 민주주의를 지키는 일이고, 상식에 맞는 일이다.